[오늘은, 여기] 32. 큐레이터, 클로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싶은,

by 김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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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번째 인터뷰이는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클로버 님입니다.


목차

1. 인물소개

2. 어쩌다 여기 : 미술을 사랑한 사람에서 미술계 종사자가 되기까지

3. 오늘 여기의 나 : 아직은 회복 중인 큐레이터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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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별명) : 클로버

나이 : 만 29세

성별 : 여성

학력 : 미술 계열 석사

경제력 : 평범한 신입사원 수준




1. 인물소개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 나이, 성별(성 정체성)

안녕하세요, 저는 클로버고요. 만 29세, 미술 쪽 공부를 해서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지금은 미술관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요?)


전시를 만드는 사람이 큐레이터에요. 그런데 하나의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려면 굉장히 많은 경험과 경력이 필요해요.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는 큐레이터가 되기 전 단계로, 전시 기획 업무를 보조한답니다.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제가 취업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그냥 일반적인 신입사원 정도인 것 같아요.




2. 어쩌다 여기 : 운명처럼 만난 예술을 통해 미술계 노동자가 되기까지


• 대학원까지 가셨다면 미술을 굉장히 좋아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아뇨,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 고민하면서 도서관을 좀 기웃거리다가 시작했어요.

책장에서 우연히 되게 얇은 책 한 권을 발견했거든요. 제목이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미술에 관심이 아주 없진 않았는데, 그걸 진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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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책을 읽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어요. 예술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3 때 갑자기 미술을 시작했고, 재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학부에서는 공예 쪽을 전공했어요.


근데 작업을 하다 보니까 자꾸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내 작품이 쓸모 있었으면 좋겠다. 의미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미술사,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또다시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면서 책을 보기 시작했죠.

그 다음은 심도있는 공부를 하러 대학원을 가고, 미술계 노동자가 되었죠.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에 대한 운명론 같은 걸 믿어요.

정말 필요한 책이 어느 순간 운명처럼 나한테 찾아온다, 그런 믿음이 있어요.


• 대학원 졸업 후 곧장 큐레이터로 취업을 하신 건가요, 아니면 이전에 다른 일을 하셨나요?

미술관 취업 전에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일했어요.


(미술관이랑은 결이 꽤 달라 보이는데요!)


맞아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건 굉장히 이론 중심이었거든요. 보통 그렇게 공부하면 나중에 학예사가 되거나, 학문을 계속해서 교수나 연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참고로 학예사는 원래 명칭이 학예연구사예요. 말 그대로 연구원에 가까운 직업이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자꾸 공부랑 내가 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보다는 좀 더 액티브하고 현장감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실무 쪽으로 나가려면 아트딜러나 갤러리 쪽, 그런 길도 있거든요. 그런 와중에 경매 회사 공고가 보였고,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 해서 넣었는데 운 좋게 붙었어요.

그렇게 경매 회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 미술품 경매회사에서의 일은 어땠나요?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들어가기 전에 상상했던 거랑 직접 일하는 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전반적으로 되게 재미있었어요.


(경매회사에서는 보통 무슨 일을 하나요?)


부동산이 집을 팔 사람과 살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처럼, 경매회사도 미술품을 팔 사람과 살 사람을 연결해 주는 곳이에요.


작품이 경매에 나가기 전에 항상 감정사들이 작품을 감정하고, 경매회사 이름으로 “우리가 감정했는데, 진품 맞아요.”하고 인증해 줘요. 그리고 작품이 팔릴 때 그 그림의 히스토리가 남거든요. 그게 모두 진품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돼요.


그리고 고객 응대도 해요. 작품 좋아하는 분들한테 직접 “이번에 이런 그림 들어왔어요. 관심 있으세요?” 하고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트딜러고, 요즘은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중 클로버 님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한 가지 직무만 맡은 건 아니었고요. 작품 관리부터 고객 응대, 응찰까지 다양하게 했어요.


(그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건 뭐였어요?)


저는 작품 관리나 응찰 업무가 재밌었어요.


(응찰은 정확히 어떤 일인가요?)


경매가 실제로 진행되는 그 순간을 말해요. 근데 저는 코로나 시기에 일해서, 현장보다는 전화로 대리 응찰을 많이 했어요. “○○ 고객님, 얼마에 응찰 원하세요?” 그럼 제가 대신 가격을 불러서 입력하는 식이죠.


저는 운이 좋았던 게, 정말 미술시장 호황기에 일했어요. 그 시기에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엄청 커졌고, 세계적인 아트페어도 한국에 들어오게 됐거든요. 그만큼 활발하게 거래가 됐죠. 그 덕분에 회사에서 알찬 1년의 경력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는 미술관으로 이직했습니다.


• 경매회사를 관두고 미술관으로 이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매회사에서 즐겁게 일했던 것도 있지만 힘들었던 것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일을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진짜 경매를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거였죠. 기회가 있을 때 여러 가지를 해보고,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다.




3. 오늘, 여기의 나 : 아직 회복하고 있는 큐레이터


• 현재는 이직 후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고 계십니다. 많은 분들에게 낯선 직업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 그리고 미술관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미술관은 사립과 국립, 시립 등 종류가 다양해요. 규모에 따라서도 그 안에 있는 조직도 달라지고요. 크게는 미술관 관장 아래 운영팀, 연구팀 등 여러 부서가 있어요.


큐레이터의 경우 연구팀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큐레이터는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봤던 것 대부분에 관여해 있어요. 알고 보면 이런 것까지 직원들이 하는 거였구나 싶은 게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 작가 인터뷰나 해외 자료를 받아서 번역해서 자료로 쓰기도 하고, 전시할 때 보이는 집기도 고르고, 액자도 다뤄요. 전시를 기획하고 만드는 현장에는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의 역할이 구석구석 숨어있어요.


어시를 떼고 큐레이터가 되면 이제 전시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쉬울거같아요. 아무튼,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실 때, 이 말이 생각이 나네요. 요즘 동료들이랑 되게 많이 하는 말인데, “우린 모든 걸 다해.” 근데 진짜 모든 걸 다 하는 것 같아요.[웃음]


• 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려움은…… 전문직 같이 돈을 잘 버는 다른 직종에 비해서 연봉 상한치가 낮은 편이에요. 아예 못 버는 건 아니지만, 연차가 쌓여도 올라갈 수 있는 연봉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진짜 이 일이 좋고 재밌어서 하는 사람들이에요.


(물질적인 성취를 바라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직종이라는 거네요. 거기에서 오는 박탈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정말 내밀한 생각이지만, (물질적인 보상이 비교적 적은 직업인 만큼) 내가 미술에 흥미를 잃게 되면 그때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사실 좀 두려워요.


(많은 기회 비용을 지불하고 이 업종에 들어섰는데, 내가 만일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군요.)


네, 제 주변에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 아마 많이 하는 고민들일 거예요. 이걸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하거든요. 이 어시스턴트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도 석사가 기본이에요. 나는 이거 하나만 보고 준비를 이만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계속 하기 어렵겠다는 딜레마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 이제 딱 30대로 넘어가는 저와 같은 친구들은 많이 느낄 거예요.


내가 과연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이고 어려운 고민이네요.)


• 반대로 이 일을 하면서 즐거운 점이 있다면?

저희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다보니까 그 프로젝트 하나하나마다 성취감이 다 있어요.


전시는 몇 개월 이상 힘들게 기획하고 준비해나가는데, 오픈 날 사람들 앞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걸 볼 때, 내가 이렇게 많이 수정하고 노력한 게 이렇게 쓸만한 게 됐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저에게는 이런 게 재미있는 부분인 거 같아요.


하지만 조금 더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염세적으로 보면, 개인적으로 저한테 이 직업이 딱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겉보기에 멋진 직업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직도 진로를 찾는 중이거든요.


• 현재 직업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신 건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제가 대학원에 갔을 때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공부가 힘들었나요, 아니면 인간관계 등 공부 외적인 부분으로 힘들었나요?)


공부하는 게 힘들었어요.

공부 자체는 재미있긴 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쌓여왔던 심리적인 문제가 터진 건지 갑자기 신체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오롯이 미술과 관련된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긴 해요. 스트레스 관리를 잘못해서 터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공부는 어려운데 아득바득 버티면서 해나간 거예요. 그러다보니 공부가 더 어렵더라고요. 그 과정을 지나면서 이 모든 것에 너무 질려버렸나 봐요. 아등바등 끝을 내긴 냈는데, 오히려 그 고생스러운 기억 때문에 꼴도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저는 대학원 이후로 전시를 안 봐요. 지금 하는 건 일 때문에 하는 거고.


되게 이상하지 않아요? 전시를 만드는 사람인데 전시를 안 본다니. 근데 이걸 작품으로 즐길 수가 없게 된 거예요.


(미술 그 자체를 향유하는 것보다 일이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되었군요. 어떻게 보면 삶의 즐거움 하나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만 쉴 걸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하면서 살아왔던 게 너무 길었거든요. 그리고 안 힘든 척을 하면서 정말 이 일이 너무 지겹고 싫어지고.


경매사에서도 그랬고 미술관에서도 그래요.


이 그림 너무 예쁘지 않아? 이번에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아? 이런 질문을 들으면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나는 이걸 해야만 해서 쭉 끌고 왔을 뿐이라서.


그때부터 좀 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여전히 많이 소진되어 있는 상태인가요?)


요즘에는 저를 좀 더 돌아보고 살펴보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 클로버 님은 요즘 어떤 식으로 스스로를 살펴보고 있나요?

저 원래는 안 좋은 건 일부러 안 하는 성격이었거든요. 담배를 피운다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심지어 제가 제일 힘들었을 때 했던 취미가 책 읽기였어요. 그 정도로 자기 검열이 심했는데, 요즘은 그냥 몇 시간씩 게임해요. 예전의 저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에요. 게임은 저한테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즐거움만을 위한 비생산적인 활동도 해도 된다. 그걸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계신 거네요.)


맞아요. 예전에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와서 그랬어요. 너 좀 사는 게 재미없겠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충격이 컸어요. 난 산책하고 책 읽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진짜 PC방 가서 막 게임하고 그래요. 예전엔 생각도 못 했던 거죠.


저를 좀 더 봐주고 있어요. 예전엔 완벽주의가 심했거든요. 요즘은 실수해도 좀 너그럽게 생각하려고 해요. 예전엔 제가 실수를 하면 도저히 못 견디는 사람이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상사를 붙잡고 제 결백을 주장할 정도로 그랬어요. 알바를 할 땐 주문 실수를 했는데 내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패닉에 빠져서 손을 떨었어요.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군요.)


남들이 볼 때도 내가 완벽해야 하고, 내 눈에도 내가 완벽해야 하고, 그래서 누가 칭찬을 해줘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그런 거에 엄청 엄격했던 것 같아요.


(과거에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쩌면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게 무너지고 난 후, 완벽하지 않은 나를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냥 되는 대로 살아도 살아지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 같았으면 힘들어할 만한 상황이 와도 대처하는 모습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말해요.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신기해요.


(지금 클로버 님은 훨씬 더 건강해진 거네요.)


네. 제가 20대 초중반 이 시기에 많이 다크했었어요. 근데 그 전엔 그냥 깨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바뀐 거지? 이걸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스스로한테 느슨해진 순간부터 옛날의 그 밝은 기운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4. 삶에 대한 평가 – 나, 그리고 타인


• 현재 본인의 삶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대학원 시절 힘들었던 때보다는 좋아요. 저는 제가 진짜 많이 회복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 회복 덕분에 이번 인터뷰를 할 용기도 낼 수 있었고요.


•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면 어떤 식으로 평가하거나 또 할 것 같나요?

최근에 들었던 평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어요.


(어떤 의미였을까요?)


제가 무던하고 너그럽게 모든 상황을 넘기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언행을 자주 하다보니까 그렇게 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은 그 평가가 클로버 님이 원하는 평가일 수도 있겠네요. 내가 과거에는 어떻게든 악착같이 붙들고 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놓아버렸다는 게 지금 다른 사람의 눈에도 지금 보이는 거 아닐까요? 어떤가요? 평가에 좀 만족하셨나요?)

어느 정도는요.


• 혹시 클로버 님을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같이 좀 편해지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모두 다 힘든 부분이 있을 테니까.


얼마 전에 동료가 이제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 성격 바꾸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딱 얘기를 해줬어요. 사람 성격 다 거기서 거기라고.[웃음]


•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 가요?

저는 새해마다 꼭 비는 소원이 있어요.

올해는 좀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잘 안 웃고 사시나요?)


좀 무겁게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이 웃고 싶다고 생각해요.


(혹시 직업적으로는 어떠신가요? 여전히 꿈을 찾고 있다고 하셨는데.)


아직 미래는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거라 바라는 게 많지 않아요. 현재만 잘 살아도 너무 좋아요. 이게 어디냐, 이런 느낌으로. 지금은 현재가 버겁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거든요.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 지금 여기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을까요?

조금 쉬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던 거요.

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근데 그때 저는 용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 좀 쉬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랬으면 제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때 그렇게 번아웃이 오고 한 4~5년 정도는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방황도 많이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히키코모리처럼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버거웠고, 이런 내 스스로가 낯설고, 무섭고, 위축되고 진짜 쭈그러들었어요. 괜찮아 보이려고 애쓰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는 괜찮은 척도 못 하겠는 순간이 오니까 그 괴리감이 너무 컸어요.


• 반대로 내가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을까요?


심리상담을 받았던 거예요. 상담을 통해서 더 나아질 수 있었어요.


(어떤 용기를 가지고 심리 상담을 시작했나요? 사실 본인이 힘들어도 상담까지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상담을 시작했던 건,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기 어려워서, 털어놓을 사람이 있으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상담사를 찾아갔어요. 그리고 이제 그만 힘들고 싶다는 각오와 용기였던 것 같아요.


상담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저는 나아지려는 의지가 좀 큰 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왜냐면, 제가 병원도 많이 가봤고 상담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리고 상담 내용을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6. 기타 질문


• 2030 공통질문입니다. 결혼, 하고 싶으신가요?

네. 저는 결혼하고 싶어요.


(이유가 있다면?)


저는 혼자 살면서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란 걸 알게 됐어요. 어느 날 본가에 돌아갔는데, 가족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어요. 나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겠다.


• 그렇다면 출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도 갖고 싶어요. 이유는 조금 독특한데요, 제가 외동이거든요. 제가 아이를 낳아야 부모님이 손주를 볼 수 있어요. 만일 내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부모님이 손주를 볼 기회를 앗아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그러셨는데, 아이를 낳으면 행복하대요. 저는 그게 궁금해요. 결혼도 그렇고 출산도 그렇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행복이잖아요. 이왕 태어났는데 그런 건 한 번 경험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 클로버 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 하는 게 반, 못 하는 게 반 아닐까요?


근데 확실한 건, (결혼과 출산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운이 좋은 사람들 같다는 거예요.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것도 크고, 또 자기 커리어를 이어가야 하니까 어느 타이밍에 결혼을 해야 되고, 또 어느 타이밍에 애를 낳아야 할지 그게 너무 막막해요. 왜냐면 아직도 나는 준비 중인 사람 같은 느낌이라서요.


(만일 여성이라면 임신과 출산이 경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아지기도 하죠.)


맞아요. 나 하나 키우기도 벅찬데, 애를 어떻게 키우지? 이런 생각도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새 이미 결혼 적령기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나이가 됐고.


그냥, 그렇게 돼버린 것 같아요.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어필하고 싶은 게 있나요?

요즘 제 취미가 게임이 됬다고 했잖아요. (웃음) 단순하게 정말 T1 최고!

[클로버 님은 E스포츠 LOL을 좋아하며 그중 T1의 팬이다.]

농담이구요. 다시 시작하는 힘을 내는 모든 분들, 부단히 애쓰고 있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8. 마침


• 혹시 오늘 인터뷰 소감 여쭤봐도 될까요?


음… 저는 사실 제가 속 얘기도 잘 못 하고, 뭔가 말할 거리도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좀 감출 게 많은 사람이라고도 느꼈고요. 근데 막상 이렇게 털어놓고 얘기해보니까, ‘아, 이게 뭐 그렇게 크게 감출 일도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너무 새롭고, 또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우셨다면 저도 기쁩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후 업로드까지 시간이 상당히 흘렀습니다.

인터뷰 업로드 전 클로버 님은 이런 메시지를 전해 주셨습니다.

클로버 편지.jpg

많이 웃으며 25년 한 해를 보내신 클로버 님께서 앞으로도 더 많이 웃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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