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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9.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2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질 수 있겠는가에 대해

몇 마디를 빗줄기보다 긴 시간에 얹혔다.

사람이 멋지다고?

아름다움?

그러나 아무리 전철 끝과 끝을 휘둘러보아도

그저 거울보고 여드름 짜는 저 아가씨 손톱만큼도 없는 듯하다.

검은 옷을 입은 아가씨는 귀밑머리를 다듬으며

긴 하품을 손톱으로 찌르며 짧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봐야 내가 손을 지금 내리면

끝나는 아름다움의 한 자락이란 것,

너무 그렇게 자랑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이미 말을 하고 나면

아름다움이거나 멋이거나

네가 가지고 있었던 작은 것은

자랑스럽게 보일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작은 아름다움을 보고 작다고 말하는 것이

큰 아름다움을 보고 크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쯤

모르는 이 없건마는 손들어 먼저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는 말.

손들다 말고

그 대신 입을 손등으로 가리고

숨긴 미소를 더 아끼려는 옆 자리 검은 아가씨.

물론 가끔은 손톱을 가지고 장난할 수야 있으려니와

조금 다신 입맛조차

결국은 아름다운 시간 맛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눈을 가끔 치켜 뜨고 앞사람의 입술을 흉내내는 것은

그래 자랑스런 아름다움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바뀌는 자리와 사람의 옷자락을 본다.

그 사람도 손을 가지고 있단다.

물도 가지고 다니고.

아 모르겠어.

상처를 보이건만 어제의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손톱에 빗방울 튀듯 남긴 말이 휘청거렸다.


아름다움이란 모두 다예요.

사랑이란 보이는 곳에 다 있어요.


그러나

배가 고픈 사람은 보이는 것마다 다 먹을 것으로 보인단다.


그러면

먹는 것은 다 아름다운 거예요.


입을 다시던 앞 여자는 앉아 있는 것에 재미를 잃은 모양이다.

천천히 보던 사람의 얼굴이

더 예쁘게 보이지 않을 때란 바로 먹을 것을 보고 있다던가,

먹을 것을 주려 한다던가 하는 얼굴 구김이었다.


맞아. 먹고산다는 것에 아름다움을 말하지 마라.

목마른 사람에게 아름다운 얼굴을 요구하지 마라.

흘러 다니는 소리나 느낌들이 나의 것이라며

억지로 목마른 체 하지 마라.

얼굴을 내밀어

코거나 눈의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자의 손끝을 보아라.

칼보다 빛나는 번쩍임 속에

내 것을 위한 몸서리가 손끝에 흘러 넘쳐

내 숨을 막는 것을.

내 것을 내 것이라 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렇지 않다고 하는 지금,

내 코는 마치 실험실에 박제된 누구의 코 보다

냄새를 못 맡을 것이려니

어찌 아름다운 것에 대해 내 입술을 먼저 내밀 수 있겠느냔 말이다.


배고픈 하품 소리를 들어보아라.

짠 입술에 맺힌 피거나 휘발유 같은 말들이

금가루 같은 것들과 함께 떨어져 사라지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입김 곱게 나붓거려 미끄러지는 머리카락 꽁무니에 붙어

눈치보는 아름다움의 찌꺼기 냄새를 맡아 보아라.

배고픈 것과 아름다운 것은 버릇처럼 다른 것이라고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사라져 버린 꼬르륵 소리를 들어 보아라.

아니야.

그래도 아니야.

산다는 것은

우스운 말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의 싸움 아니겠어?

얼마나 아름답게 웃기느냐가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해야할 것 아니겠느냐구?


그래요. 맞아요.

그런데, 왜 그러죠?

점점 하얘져 가는 검정 아가씨 눈에서 이슬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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