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전철 바퀴 소리에 깜짝 놀란 강물
후다닥 지나가는 한강 물결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나처럼 찰랑거렸다.
찰랑거리는 것은 옅은 노을 손짓 뿐만이 아니었다.
살결보다 부드러운 원피스 입은 아가씨 머리카락이
나 여기 있어요, 내 봄이예요 라며
맞은 편에 앉은 내 코끝까지 찰랑대는 것이었다.
그녀 옆 자리에 가방을 그러안은 채 앉았던 청년은
봄향으로 가는 꿈 속인가?
고개를 앞으로 끄럭이다가 옆으로 기웃 졸고 있었다.
짧게 다듬은 단발머리 아가씨는
간지럽힐 듯 머리카락 곁으로 기울져 오는
청년 어깨를 피할 듯 피할 듯 받히고 있었고.
솜털같은 귀밑머리 몇 가락이
제 뺨을 붉게 물들이다가
청년 머리카락 마중이라도 하려는지
전철 안 사람들 옷자락 살짝 바람에도 떨렸다.
어깨에 기대어 흐들거리는 청년 눈가를 위해
말을 걸고 싶은 그녀 입가에서 살짝 미소가 흘렀다.
그녀는 건너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청년 꿈 속으로 들어가려는듯 눈을 감고 있었다.
눈 감아 봄 물길 끝으로 걸어가며
청년 들으라는 듯 나 들으란 듯 속삭이는 것이었다.
들어 보세요.
전철에 앉아 이렇게 기대온 것은 처음이랍니다.
어제 꿈에서 그린 몇몇 그림이 생각나요.
내 귓가 후후 스치는 녹색 청년 숨결이었어요.
숨결 하나는 동그랗다가
두 개는 연분홍이었다가
세 개는요 맑게 속삭이는 웃음이었다가
가슴에 기대는 두근두근거리는 소리였다가
또 살랑대는 예쁜 사랑 뭐뭐 이런 것이었답니다.
어때요?
내 얼굴과 내 청년 얼굴과 닮았죠?
꿈 속의 다시 꿈결이었을까.
구름 머리같은 청년 얼굴이 전철 창 파란 하늘을 본다.
파득 덩달아 따라 하늘 구름 바라보는 아가씨.
청년 얼굴을 향하던 다소곳 그녀 두 손에
청년 숨결이 까르르 스르르 숨어들고 있었다.
하하!
이렇게 전철에 앉아 살아있어 보는 아름다움이란
꿈 속이나 전철 속이나 같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