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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9.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1

퇴근 길 전철 바퀴 소리에 깜짝 놀란 강물

후다닥 지나가는 한강 물결마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나처럼 찰랑거렸다.

찰랑거리는 것은 옅은 노을 손짓 뿐만이 아니었다.

살결보다 부드러운 원피스 입은 아가씨 머리카락이

나 여기 있어요, 내 봄이예요 라며 

맞은 편에 앉은 내 코끝까지 찰랑대는 것이었다.


그녀 옆 자리에 가방을 그러안은 채 앉았던 청년은

봄향으로 가는 꿈 속인가? 

고개를 앞으로 끄럭이다가 옆으로 기웃 졸고 있었다.

짧게 다듬은 단발머리 아가씨는 

간지럽힐 듯 머리카락 곁으로 기울져 오는

청년 어깨를 피할 듯 피할 듯 받히고 있었고.

솜털같은 귀밑머리 몇 가락이 

제 뺨을 붉게 물들이다가

청년 머리카락 마중이라도 하려는지 

전철 안 사람들 옷자락 살짝 바람에도 떨렸다.


어깨에 기대어 흐들거리는 청년 눈가를 위해

말을 걸고 싶은 그녀 입가에서 살짝 미소가 흘렀다.

그녀는 건너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청년 꿈 속으로 들어가려는듯 눈을 감고 있었다.

눈 감아 봄 물길 끝으로 걸어가며 

청년 들으라는 듯 나 들으란 듯 속삭이는 것이었다.


들어 보세요.

전철에 앉아 이렇게 기대온 것은 처음이랍니다.

어제 꿈에서 그린 몇몇 그림이 생각나요.

내 귓가 후후 스치는 녹색 청년 숨결이었어요. 

숨결 하나는 동그랗다가

두 개는 연분홍이었다가

세 개는요 맑게 속삭이는 웃음이었다가

가슴에 기대는 두근두근거리는 소리였다가

또 살랑대는 예쁜 사랑 뭐뭐 이런 것이었답니다.

어때요?

내 얼굴과 내 청년 얼굴과 닮았죠?


꿈 속의 다시 꿈결이었을까.

구름 머리같은 청년 얼굴이 전철 창 파란 하늘을 본다.

파득 덩달아 따라 하늘 구름 바라보는 아가씨.

청년 얼굴을 향하던 다소곳 그녀 두 손에

청년 숨결이 까르르 스르르 숨어들고 있었다.

하하!

이렇게 전철에 앉아 살아있어 보는 아름다움이란 

꿈 속이나 전철 속이나 같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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