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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9.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3

일곱 명이 나란히 각자 몸을 추스르고 있는 끝자리에 

화장기에 젖은 여자가 세상 혼자란 듯 앉아 있었다. 

예쁘장하다. 

검은 스커트에 진은 회색 자킷을 입은 그녀는 

복사한 듯 잘 보이지 않는 글자를 읽고 있는지, 

옆의 옆자리에서 나는 하늘 냄새도 모르고 있었다. 

원컨대 뜯어고친 얼굴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참 우스꽝스런 걱정이다. 


사람의 얼굴이거나 마음이거나 고쳐지는 거예요. 

바뀌어 가며 다른 냄새들을 내는 거죠. 

호호, 

그런데 그걸 가지고 뭐 그리 사서 걱정에 고생까지 하시나요? 


언제쯤 내 마음 같은 여자를 보면 안고 싶은 느낌이 없어질까. 

아마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면 

이런 대답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유지만 

내 것과 네 것은 이미 정해진 선들이 너무 많이 있지요. 

선이 우연히도 얼굴과 얼굴 사이에 연결되었다면 가능하겠지요. 

그 선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꼭 안고 안기는 것을요.

복사지를 넘기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지금 읽는 것은 그저 지나는 시간의 먼지들이랍니다. 

오래 당신의 얼굴만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살짝 옆으로 멀어지는 그녀의 팔에서 향기가 났다. 

오래 머물고 있는 연두색 향기였다. 

버드나무 아기 잎이 물가에 제 얼굴을 비추며 하는 말들 곁엔 

온통 연두색 향기만 있는 것처럼. 

여자는 화장을 지우기 전에 거울을 꼭 본다는 

그 또한 미소 곁에 피어나는 말과 같은 거였다. 


그대 빈 틈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려는 거죠? 

벌어진 자리와 몸 사이, 

향기가 머물던 틈을 바라보는 그녀 눈이 떨린다. 

왜 그러냐구요? 

그런 물음은 서로 하지 않는 일이 지금 서로 해야할 일이죠. 


문이 열렸다. 

자리를 찾던 사람은 그녀와 나의 반쪽 틈 향기를 노려보고 있다. 

아, 아까워. 

뭐, 내주지요? 

그러죠.  

점점 커져 가는 틈새. 반 조각 자리. 

모든 조각이거나 향기는 그래요, 

반쪽들 모음이죠. 

그래서 서로 나머지 반을 찾으러 다니죠. 

그 반쪽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죠. 


어제 가지고 있었던 반쪽들을 생각했다. 

가뭇거리며 연두색 향기를 닮아가는 반쪽. 

그랬다. 

이때쯤이면 반드시 손을 펴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 가졌던 것은 

언제나 줍지 않으리란 반쪽 생각 떨어지는 소리, 

전철 바닥에 떨어져 까르르 구르는 소리였다. 

나에게 달아난 그것들은 다른 사람에겐 새로운 향기였을까. 

빈 자리를 찾는 사람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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