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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05. 2022

블록체인 냄새 하얗게 맡기

흠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냄새를 맡았다. 일어날 때마다 내 냄새를 맡아보려는 억지 때문이었으리라. 잘 나지 않아 내 름을 부르고 맡아 보았다. 또 나지 않아 거울을 보고 맡았다. 그래도 나지 않아 숨을 멈췄다. 아하, ‘세상아 멈춰라’ 하며 시간 셌다. 열 스물 백! 뭐가 멈췄나 했는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쓸데없는 냄새 맡기 했다는 웃음이었을 거다. 아직도 감히 내 냄새를 맡으려 했다니.     


그런데, 더 우습게도 좀 다른 냄새가 나는 것이 있었다. 이게 뭔 냄새지? 방문이며 창문 또 벽마다 대고 물었다. 묻다가 하늘 아니 천장을 보고 섰다. 아, 그래, 맞다! 어젯밤 잠의 끝까지 쫓아가 붙잡고 있었던 블록체인 냄새였다. 기쁨 슬픔 외로움 반가움도 아닌 냄새. 그래, 그 냄새야, 멋대로 나도 좋은 냄새. 사람들마다 ‘나도 그래’ 하는 냄새. 하, 10년 가까이 주머니며 눈과 귀 언저리에 머물던 냄새.     


‘나도 무엇인가 하여 다시 움직거렸다’는 사실을 아침 내 냄새로 확인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 이 얼마나 영광스러움인가! 영광스럽다고 느끼는 매순간, 나만의 행복일 거라고, 허공을 바라보며 느껴 본다. 이럴 땐, ‘내 움직임이 먼저다!’라며 뽐내고 앞장 설 필요 없다. 얼마나 좋은가. 그랬다. 서로 다른 행복을 모두 나누어 가지는 일, 어쩌면 블록체인 기술이 꿈꾸는 세상이리라.     


1990년대 초반, 윈도우 등장과 함께 시작한 멀티미디어란 용어. 이와 더불어 디지털 문서 보관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으리라. 금고에 꽁꽁 잠가두었던 대량의 문서들이 컴퓨터 저장 장치에 보관되면서 부정기적인 조회/수정/추가/삭제로 인한 안전 보관이 커다란 문제였던 것. 디지털로 저장되는 경우, 어떤 것이 원본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모두가 원본과 같은 것임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전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기 시작한 정보통신 속도는 평등과 자유라는 오래된 인간 욕구 분출과 함께 한 정점에서 만나 폭발하기 시작했다. 모든 개인에게 정보의 평등 시대를 열게 한 것. 즉, 하나의 의미를 향해 개개인이 움직인 그 정보들을 모두 나누어 가지고, 이를 ‘서로 맞다’며 악수를 함으로써 공평하게 사용하는 환경을 정착시키기에 이른 것이었다. 분명 맞다, 개인이 만든 정보는 서로 나누어 관리해야 맞다. 이는 인류가 영원히 갈구했던,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평등의 새로운 길이 아닐까.     


혹시 2030년 즈음, 그 새로운 길 왼쪽 오른쪽에는 인류의 진화가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는, 아니 태초부터 있었을지 모르는, 양자의 얽힘과 겹침이 만들어내는 양자정보통신 냄새도 곧 맡게 되리라는 생각이 발걸음을 더욱 겸손하게 만든다. 가장 작은 점에서 시작한, 웃음과 울음처럼, 좌우 힘들이 어느 방향성을 가지고 서로 얽히고, 어떨 땐 겹치며 움직이는 일, 그래서 만들어내는 힘의 꿈틀거림이 순간마다 무한대의 관계 맺기로 이어졌으리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 관계 맺기 결과 연속으로 내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느끼게 되었으리라. 이것이 곧 살아있음이라고 일컫는 바. 이렇게 실시간 살아 움직이는 일이 곧 무엇과 관계 맺기이리라. 수없이 되풀이 된 관계 맺기로 인한 인류 진화의 결과 지금 남겨진 그 무엇을 움켜쥐고 내 것이라고 소리치며, 움직거려 온 것은 아닐는지. 할 말이란 그저, 양자정보통신이니 뭐니, 또 이 결과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손에서 춤추게 하는 것일 뿐. 이런 단어를 이렇듯 늘어놓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뿐. 내 움직임도 자연의 한 현상이라 느껴보는 일일 뿐.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판단, 이 판단 결과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의 등장, 이렇게 10년 가까이 지나오면서, 굳이 오늘 아침에 나는 흠흠 가슴을 벌렁거리며, 이 세상 냄새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니, 혹은 메타버스인지 꿈인지 모르는 시대, 뭐 그런 냄새 같다고 유별나게 맡게 된 것은 참 우연이었다. 하하, 오늘 아침이라니, 뭐 이도 우연이겠으나, 그러나, 나의 우연이란 결론적으로 나의 필연이 되었음을 어찌할 것인가. 다만, 매순간 맡는 우연이란 느낌이 그때마다 다른 행복이 되어야 하는 것. 이도 분명 맞다. 하하, 이 세상은 모두 맞은 일의 연속이라 믿고 싶으니 어찌할 것인가.     


그랬다. 아침의 내 우연과 냄새란 뭔가를 위해 내 자리에 깊숙이 앉거나 오래 서 있었을 때 맡을 수 있는 것. ‘내 숨결도 세상에 수없이 이는 숨결 중 하나구나’ 하며, 고개 떨궈 ‘나는 정말 세상과 맞대면하고 있는 혼자구나’ 느끼며, 혼자 맡고 음미해야 비로소 내 것을 조금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그 무엇이 있겠지만, 그 무엇에 의해 우연과 필연이 서로 춤을 추겠지만, 나는 오늘도 괜히 ‘내 냄새는 이러하다 저러하다’ 뽐내며 풍기고, 나만 좋다며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리라. 오늘 하루가 지나면, 오늘 하루의 내 냄새란 반드시 없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언제 그날, 혹시 가능하다면, 원컨대, 하루 종일 어제 뿌렸던 내 냄새 하나라도, ‘너 여기 있었구나. 이제 사라져!’라며, 내 아바타와 함께 꼭꼭 밟을 수 있기를. 그렇게 매일 밟으며 다니다 보면, 밟을 냄새 없어 하늘 우러르노라면, 아마도 손뼘 만큼 넓은 하늘에서 손짓하는 내 냄새가 방긋방긋 웃을지 누가 알리. 블록체인 세상이 아무리 평등하고 자유롭다손, 그것은 내가 가진 디지털 문서 하나라도 한순간에 내려놓을 때 느낄 수 있으리. 그래서 ‘나도 지나는 구름 한 조각이구나.’라며 웃어야 하리.     


하, 나는 이렇듯, 오늘 아침에도 ‘아침마다 만드는 내 냄새’를 맡고 싶은가 보다. 블록체인이 분명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 거라며, 먹고 산다는 것은 모르는 무엇인가와 관련짓기라며, 관련짓다가 더 지을 것이 없으면, 그 마지막 냄새가 진정 내 냄새인가 하고 맡을 수 있을 거라며, 그때 가야 나는 그냥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웃을 거라며! 그럼에도 나는 아침마다 블록체인 옆에서 흠흠 냄새 맡는 사람 마음은 모두 하얄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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