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을 넘어가는 전철은 다른 소리를 내지 않았다.
턱 주름이 가느다란 사내 소리만이 세상을 깨트리는 듯.
콧수염을 기다랗게 기를 양, 가지런하다.
근근히 넘어가는 중년 터울.
도드라진 피부가 거무티티하다.
아, 내 얼굴을 보지 마라.
왜 나만 보고 얼굴 웃음 지어보라고 하는가?
그러지 마라, 제발.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시간을 제발 흔들어 놓지 말아다오.
후후 나는 언제나 나를 쳐다보는 사람을 위해
나를 볼 때마다 사라지는 연습을 해 왔지.
다시 이렇게 훌쩍 사라지는 일,
어찌 일어나는지 잘 보아두시라.
자, 내 남은 즐거움을 가뿐히 거두리니,
잘 보아라.
똑 같은 기쁨이란 존재 않는 법.
그대 눈망울이 언제나 똑같지 않는 것처럼,
그래, 내 묵묵함도 그대로 있지 않는 법.
아직 나를 보고 있느냐.
그러나 이제 하늘가를 보아라.
너나 나나 밥 먹을 그곳으로 가야 하는 지금이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느냐!
한 번은 내 세상이었던 곳,
천천히 사라지는 내 그림자를 보아라.
어디 갔을까?
전철보다 먼저 서산으로 사라진 사내는.
거기가 어디냐고 손짓해 물었었다.
대답은 없다.
아, 벌써 사내 눈빛보다 붉게 물든 내 그림자여!
그랬다, 대답은 결국 내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