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면 맑은 표정을

by 김봉길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면 서로 무뚝뚝해진다.

서로 볼 때,

상대가 어떤 생각으로 나를 볼까 하는 서먹함 때문이리라.

물론 서로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그 짧은 시간이다.

당연히 상대를 외면하게 된다.

어떤 표정 없이 말이다.


지금처럼 전철을 타고 있으면,

괜히 할 일이 그래도 있는 듯한 모습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상 나 혼자 있는 듯,

나몰라라 이어폰 소리에 빠진 사람,

광고나 전철 노선 혹은 그 옆 홍보글을 몇 번이고 보는 사람,

눈을 감고 가끔 눈 껌뻑이다 또 눈감는 사람,

핸드폰을 들여다보길 맥박뛰듯 하는 사람 등등.

이렇듯, 전철 안은 모두 서먹서먹함으로

그저 이 시간이 건너뛰어지길 바라고 있는 듯.


그래도, 더 가까이 다가설 수밖에 없으니 어쩔 것인가.

하필, 조금 더 누구도 모른 시간을 빌어 눈깜빡이기도 하고,

표정을 애써 감추는 사람들이 있고,

서로 자기 생각을 감추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다,

나도 그러하니, 내 것을 보이지 않으려는 버릇이 때문이리라,

아니 그것은 본능일지 모른다.

세상을 스스로 살아있기 위한 본능.


그래, 그래도 함께 있는 시간일러니,

서로 어떠하든, 그래도 눈 뜨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세상만사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가 보고 싶은 곳만 바라보는 일이란,

그래, 나 자신을 마음껏 알지 못한 이유일 게다.

그러니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래서 누가 나보다 나를 잘 모르게 하려는,

토라진 아이 그 새침떼기 같은 마음처럼,

어쩌면, 서로 모르고 서 있는 것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편한 것일지 모른다.


아, 그러나 전철을 타면 서로 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환한 표정을 가지고 보면 더 좋겠다.

누가 있든, 그가 어떤 마음이든,

나는 나의 이 즐거운 지금을 누리면 좋겠다.

지금 깨어있어서,

멋지든 아니든, 깨어있음을 느끼는 즐거움이기를.


오, 나 그대를 보나니, 그대여 나를 보아라.

언제 보아도 모두 제 빛을 내고 있나니

웃고 있는 이여, 바로 그대이어라.

언제나 할 일

맑은 표정으로 그대여

내 안의 밝은 나를 보아라.

나 또한 나를 보고 활짝 웃으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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