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봉길 Jan 28. 2022

블록체인 꿈

갑자기, 나는 어느 날도 갑자기, 그러니까 꼭두새벽 갑자기 깨어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아 나를 보라 외치듯, 컴퓨터 자판을 톡토독거렸다. 내가 컴퓨터였으리라, 아니 이 컴퓨터 자판이 나였으리라 여기며, 꿈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했던 것.      


사는 일은 괜히 엉뚱한 움직거림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보이는가? 몇 달, 새 단어들에 몸과 마음 사이에 두고 오락가락한 이유도 조금 있으리라. 또한, 무엇인가는 할 일을 만드느라,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멋대로 춤을 추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내 손가락이 참 신통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꿈에 긁적이던 몇 줄 글들을 놓치기 아까워 저절로 이 컴퓨터에 앉은 것이리. 맞으리, 블록체임 꿈이 더 꾸어지길 바라는 마음 맞으리. 꿈속에서나마 내가 원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것 분명 맞으리.     


   갓밝이 속 천둥소리에 꿈을 깼다 

   다시 번개도 왔다 

   가슴 가슴 두드리는 비

   일어나 문을 닫는다

   몇 겁을 넘어 자란 본능이었다

   지금 살아있으려는 본능

   그래 서로 움직이는 것들은

   흐르는 바람에 고개 숙여라

   서로를 위해 뚝뚝 고개 떨궈라

   갓밝이도 

   꿈도 

   천둥도 

   번개도 

   나도 처음부터 그냥 있었나니 

   모두 나는 나로다 만져야 하나니 

   아직 덜 아프나니 감사하라

   그 뉘도 갑자기 무릎 쳤을 터 

   뭐 새로울 거 없을 터 

   그저 하나의 구름 쪼가리라며 

   머리 깊이 숙여라 

   그렇게 하늘땅 보다가

   속으로 속으로 더 숙이다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 덥석 물어

   그 어디쯤 머물고 있을 나는

   어쩌자고 꿈 같이

   저 문을 훨훨 열려는 것이냐     


사람은 저마다 세상을 맛있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아가고 있다. 마음에 들고 안 드는 일들이 서로 겹치면서 그 방법이 복잡해지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복잡해지면, 현재 모습을 그 시간에 두고, 다른 시간으로 옮겨가려 노력한다. 새로이 나타나는 단어로 그 방법을 세탁하는 것.     


인터넷 그리고 블록체인도 그 단어 중 하나다. 이 단어를 빨리 몸에 익숙하게 하느냐는 본인 의지에 달렸다. 기왕에 살아 있으니, 새 단어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야 할 것 아닌가? 이미 블록체인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이제 블록체인도 새 단어의 옷을 벗어던지고 있다.     


세상 속에 있는 것들 중 내 것이 있는지 더 보기 전에 내 안의 것을 먼저 볼 일이다. 만지며, 다음 시간 덩이를 꽁꽁 뭉치는 일, 뭉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수단으로 만드는 일이, 이렇게 하면 나를 더 멋지게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처럼 나도 어쩌면, 계속 만들어지는 하나의 구름쪼가리 같은 블록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블록체인 시대에 사는 요령 중 하나가 바로 새 숫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무엇인가 새로운 숫자를 선택해 내 블록이 곧 나였구나 느껴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새로 선택한 숫자로 내 블록 즉 내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일이 행복 중 하나라 느껴본다.이렇게 행복을 계속 연결하는 일이 내 삶인가? 이것이 블록체인 시대에 사는 요령 중 하나인가? 이렇듯, 우연히도, 나는 비가 오든, 천둥이 번개가 칠 때면, 본능처럼 열었던 문을 닫곤 한다.


그러다, 이도 싫증이 나는 듯하면, 나도 모르게 지금의 멍청해진 나를 버리고, 또 달리 멍청해질 나를 찾고 싶어 문을 괜히 열어 제치려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라지는 시간에서 새로운 다른 시간으로 재빨리 갈아타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블록체인 냄새 하얗게 맡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