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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8. 2022

마이너스금리 시대를 사는 대책 혹은 요령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 국가가 형성된 이래 국가의 모든 자산은 그 나라 정부가 직접 관리해 왔다. 특히, 20세기 중후반부터는 컴퓨터에 의한 전산망에 그 가치들을 부여해 기록하고, 수정과 소멸 등의 일련을 과정을 독점하고 있다. 이 관리의 대가로 국가는 고액의 관리 비용을 세금이란 이름으로 갹출했다. 이러한 독점은 최고의 가치를 유지하게 했고, 이는 곧 권력의 집중화를 가속화시켰다.     


20세기 2차 세계대전 이후, 구 소련과 미국 간의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결국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급격한 쇠퇴의 길을 맞이한다. 우연이긴 하지만, 공산주의 몰락과 컴퓨터망 등장은 그 시기가 비슷하다. 이 시기에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수정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였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 자본주의와 세계 패권을 다투려 하고 있다.     


한편,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리먼브라더스 금융사태는 금융만능주의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전초전이었다. 더 우연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겠지만, 하필 이때 들고 다니는 컴퓨터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는 시기에 생긴 블록체인 이론의 등장은 가히 새로운 혁명 수준의 전초전이라 하겠다. 바로, 자본가/권력층의 전유물인 자본주의에 도전하는 화폐혁명의 불쏘시개를 한꺼번에 지폈으니 말이다.     


어쩌면, 화폐혁명의 불쏘시개를 불러온 시기는 모든 국가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금만큼 돈을 찍자던 약속을 서로 깬지 50년, 그 시기 즈음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금본위주의가 깨지면서 돈의 가치는 먼지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먼저 가벼워진 나라의 화폐는 이제 먼지가 되어 이곳저곳 창고에 쌓여갔다. 이러한 무한대에 가까운 양적완화 통화 정책은 화폐개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국가들의 경제 파국을 불러왔다.   

  

양적완화의 끝을 달리는 세계는 이제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열악한 국가의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는 수순의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인 ‘이자와 수수료’ 놀이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니 무용지물. 이는 몇몇 자본가들이 권력과 자본의 힘을 이용해 ‘이자와 수수료’보다 더 새로운 화폐 놀이 방법을 개발하게 되리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 높은 파고가 저 멀리 보이니 어쩔 것인가!     


블록체인 이론은, 극소수의 권력층과 자본가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다수 일반인이 스스로 권력과 자본을 균등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 속성이 그 사명감의 큰 힘이 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 나타난 지 불과 10여 년 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다시 십여 년이 흐르기도 전에, 블록체인 이론이 어쩌면 다시 자본가들의 수익 창구 역할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생활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당연히, 자본주의의 속성은 화폐가 많이 유통되어야 한다. 이 속성으로 인해 양적완화 정책의 한계선인 제로금리시대, 아니 그 이상인 마이너스금리 시대는 이미 예고된 상황일 것. 몇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의 결과, 급격한 인구 팽창 또한 큰 원인이겠지만, 서로 끊임없는 경쟁 구도에서 돈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너도나도 가릴 것 없이, 돈을 많이 발행하게 된 원인이란, 어쩌면 인간이 돈을 많이 가지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했을 터이니. 양심가책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되었으니, 서로 모른 채 눈감아주는 시대에 나도 살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문제는 제로금리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일반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변화일 것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 나는 어떤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최소 10년은 손끝에서 펼쳐질 스마트폰 세상, 대부분 첨단기술이 블록체인플랫폼 속을 한 번 거쳤다가 나와야 한다는 세상, 거칠 때마다 화폐가 아닌 디지털 자산이라는 가치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세상, 이러한 세상에서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설상가상, 나는 디지털형 인간이라도 되어야 할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디지털형 인간이 되려 한다면? 나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법정화폐보다 대자본가가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더 선호해야 할 것 같다. 이는 급속히 진행되는 과학기술 속도를 국가보다 거대자본이 먼저 수용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자본과 권력의 힘겨루기에서 자본이 이미 이긴 것 같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가들이 거느린 국가는 이미 국가가 아니다. 그 국가의 화폐는 더 이상 화폐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엔 그러한 국가가 하나둘 아니겠지만.     


살아생전, 이자를 주고 돈을 맡겨야 하는 마이너스금리시대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대자본가 앞에 가서, 돈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돈을 빌린다는 것은 ‘내 미래를 갖다 바치고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꼴’과 비슷한 모습일 것. 이러한 상상을 하지 않으려면? 디지털화폐 시대가 오는 길목에 먼저 뛰어가 온몸으로 막아서는 대책을 마련하든, 아니 요령일지라도, 뭔가 남보다 먼저 뛰어가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자본가가 들고 다니는 디지털화폐들, 그 사이에서 이는 바람일지라도, 그 바람의 힘을 빌어 함께 따라 가노라면, 나나 내 가족이 그 어떤 이자라도 주며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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