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김봉길

원광대학교 학생생활관. 2004년 8월 1일, 일요일, 점심시간을 코앞에 두고 <사랑나눔캠프> 행사장에 도착했다. 한국예술치료학회와 원광대학교 예술치료학과에서 주관하는 캠프장이었다. 원광대학교와 SK텔레콤이 주최하고 베비라에서 협찬을, 그리고 MBC와 익산시가 후원을 했다.


‘한 마음 한 뜻으로’라는 주제가 더운 삼복 더위로 인해 더욱 뜨겁게 익산시 신용동을 달군다. 아마 그 어떤 더위나 추위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랬다. 서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 앞엔 어떤 어려움도 극복되는 것이리라.


캠프 참석자들은 모두 6개 부류로 나뉘어졌다. 장애우 어린이나 학생 120여명과 그 보호자 120여명, 소년소녀가장 120여명, 이들과 함께 지낼 자원봉사자 240여명, 프로그램을 진행할 강사나 교수들 50여명, 기타 자원봉사자 50여명 등 모두 700여명이었다. 이들은 서로 마음을 열기 위해 웃고 울고 놀고 자고 먹으며 1주일을 함께 지낼 것이다.


이들이 지내는 모습을 일부나마 담기 위해 조그만 수첩을 샀다. 이름을 적었다. 김봉길. 혹시 이 수첩을 줍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 주리라는 기대로 전화번호와 임시 숙소 방 번호까지 적어두었다. 예정되지 않은 걱정을 애써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예비로 보험들 듯, ‘또 잃어버리면 어쩌지?’ 하는 우려로 인해 적은 것에 못마땅함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조금 전에 집에서 가져온 수첩을 잃어버렸던 것을. 어디 떨어진 곳에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뭔가 빈틈이 있었음을 어찌하랴. 누가 찾아주겠지 하다가, 그래, 아마 쓰레기만큼 쓸모가 없으니, 아무도 안 보이는 곳으로 갔을 거야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 맞아, 사람은 항상 잃고, 또 다른 것을 구하려 노력하는 일, 이것이 그저 사는 일 아니겠느냐는 위안. 그것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사는 일이라는 위안. 이 시간 나의 살아있기 위한 수단이란 이렇게 하찮은 내 것 가리기 위안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분명 그랬다. <사랑나눔 캠프>, 여기서는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데, 나의 것을 쪼개어 나누어 주어야 하는데, 내 것 가리기라는 변명을 먼저 하다니. 수첩을 세게 쥐고 이름을 뒷장에도 적어넣는다. 무엇인가 덜 가리기 위해 펜도 꽉 잡는다.


다음 정리한 30여개의 관찰일지는 수첩에 적은 순서대로 가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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