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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수 Jan 10. 2023

다시 시작하는 브런치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몇 달은 브런치에 진심이었다. 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든 항상 머릿속은 브런치에 글을 쓸 지도 가득 차 있었고, 퇴근해서는 먼저 겉옷을 걸치는 것보다 노트북 전원을 켜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사용하지 않은 다이어리가 쌓여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브런치도 점점 멀어져 갔다. 핑계를 대자면 사는 일이 바빠서 일 것이고, 좀만 솔직해지자면 그냥 글 쓰는 것에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인즉슨, 다시 브런치를 시작하는 나는 지금 어느 정도 생활의 여유가 생겼고 잃어버렸던 글에도 다시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글을 왜 쓰시나요?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 겪었던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속에 깊은 곳에 간직해두었던 생각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전자에 비해 후자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할 상대가 '나에게'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라고 내가 강조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까이 있는 누구에게 어떠한 고민을 말하면, 그이는 계속 나를 '웃음의 껍데기 속에 깊은 우울에 잠긴 사람'으로 여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나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그들은 내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들, 오히려 내가 같이 생활하며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그들이 불편해질 것이 뻔했다. 게다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부담이 될 뿐이다. 아마 부모님은 내가 걱정과 고민 없이 자라온 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고민을 말해도 가족처럼은 나를 걱정해주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의 해결책과 공감을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랄까.

다른 이유는, 당장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기에, 그들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고민을 말하면 그들의 공감과 함께 슬픔이 배로 되고, 생각을 말하면 그들의 공감과 함께 고집(?)이 배가 된다. 그래서 자신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견해를 갖고 싶은 나에게는, 주위 사람들과만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아쉽다.

나는 말벗을 사이버공간인 브런치에서 찾아보려 한다.



브런치를 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편이신가요?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글 쓰는 것에 당당하지 못하다. '글쓰기를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란 무엇일까.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누군가에게 블로그를 한다 하면, 책을 냈다고 하면, 그들은 삼삼오오 휘둥그레 눈을 뜨며 '네가?'라는 표정과 말투로 나를 바라본다. 나를 비꼬 거나한 의도에서 그런 것은 아니고, 글 쓰는 사람의 이미지와 내가 부합하지 않아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나 자신을 봐도 그들과 똑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그들의 반응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나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글을, 누군가가 보면 그들에게 나의 나체를 들킨 것처럼 부끄럽다. 그래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에 대해 드러 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신기하게도 구독자분들이 현실의 나에게까지 관심을 주는 것은 영광으로 여긴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글에 많이 남겨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의 주소만 노출되지 않는다면 절대 들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출판하고, 나의 이름과 학교명 등이 검색창에 오르면서(아마), 나의 블로그와 브런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그때 몹시 부끄러워하며 모든 글을 내리고 주소도 알 수 없는 영문으로 바꿨다. 그 이후로 주위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을 담은 글은 쓰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생각은 신문에 기고를 하며 지냈다. 

현실의 사람들에게 글 세계의 나를 걸리지 않는 게 목표다.



전에는 문단, 문장, 단어 하나하나 신경 써가며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제는 '완성된 글'보다,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 글을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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