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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수 Jul 16. 2023

2023년 7월 16일

1.

광역버스에 올라탔다. 좌석은 대부분 둘둘 차 있었고, 사이사이 몇 자리만 비어있을 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빈자리로 향했다. 그 자리에 가방이 놓여 있음을 금세 눈치채고, '원래 그 자리 안 앉으려 했거든요!'라는 마음의 소리와 그 자리를 자연스레 지나갔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지나가자 남아있는 자리도 몇 없었다. 그렇게 멈춰 선 한 자리, 다른 자리와 마찬가지로 의자에는 가방이, 컵 홀더에는 우산이 걸려있었다. 내가 멈춰 섰음에도 옆에 앉은 그 소지품의 주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은 채로 나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그분께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인가. 이런 나에게 비어있는 옆 자리를 내주신 것은 맨 뒷좌석에 앉은 할아버님이었다. 


2.

기프티콘 선물 없이 말로만 생일을 축하하기 어려운 세상이 왔다. 매일 12시 업데이트되는 '생일인 친구'를 보며, '축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고심한다. 축하해 줄까. 말로만 축하해 줘도 되나. 선물을 보낼 정도로 치낸가. 몇 천 원짜리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나. 몇 천 원짜리 선물할바에는 그냥 축하 안 해주는 게 낫겠지. 그 사람이 생일인 것을 알면서도, 어색하다는 이유로 축하하지 않으면 왜인지 모를 죄책감이 생긴다. 올해부터 선물 없는 생일축하를 실천 중이다.


3.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 요즘도 어김없이 생각하는데, 나는 악한 것 같다. '투명인간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을까.' 절도였다. 남몰래하는 봉사가 아니라.


4.

오랜만에 브런치에서 구독하고 있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의 글을 찾아 읽었다. 주제와 상관없이 20대 친구들의 글을 읽고 싶은데, 작가 나이별로 보는 기능은 없는 것 같다. '20대'라고 검색한 뒤에 글을 보면 선배님들의 20대를 회상하는 글이 나오고, '작가 직업별 보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야 하는데 나는 찾고 있는 키워드가 없다. '20대'라고 검색한 뒤에 직업이 '학생'인 사람의 글을 보는 방법을 택했다. 


5.

개인적인 일로 비가 오기를 빌었는데, 주말에 폭우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나 왜 그랬지 진짜.


6.

동갑의 중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선생님을 만나면, "저는 아직도 교단에 서는 것이 꿈이에요. 정말 존경해요."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는 진심인데, 그들에게는 입발림소리로 들리겠지... 교육자는 아니지만, 나만의 교육철학이 있는 것은 참 웃픈 일이다. 그저 방구석 선생님일 뿐이다.


7.

교육자에게 교육을 받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단지 선배라고 해서, 그가 날 가르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학생의 심리, 교육철학, 심지어 피그말리온 효과도 모르는 그들에게 나는 가르침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8.

존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모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그것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편적 복지도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최대 수혜자 최대 이득'을 실천하고 있는 조직의 복지제도에 회의를 품었다. 내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죄와 벌'에 나오는 비범한 사람이 될 것인가는 비밀이다.


9.

떡볶이나 먹어야지. 남다른 떡볶이 취향과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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