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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수 Aug 09. 2023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을 읽고, 


나의 글들 속에 담겨 있는 가장 훌륭한 모든 것들에 영감을 주고 부분적으로는 그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 진리와 정의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내게 늘 아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고, 그의 칭찬이 내게 최고의 보상이 되었던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나의 사랑하는 그녀를 기억하고 비통해하며 이 책을 그녀에게 헌정한다.

헌정사


공동체를 염려하는 애국자들의 목표는 지배자가 공동체에 대해 행사하는 권력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들이 "자유"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바로 그러한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33p


사회가 공적인 처벌 이외의 다른 수단들을 사용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념들과 실천들을 그들의 행위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함으로써, 자신의 방식과 부합하지 않는 개성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형성되는 것조차 차단하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인격을 사회가 정한 방식으로 나아가도록 강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38p


특정한 시대나 나라의 사람들은, 마치 이 문제에 대해 인류는 늘 동일한 생각을 해왔다는 듯이, 자신들의 결정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이 정해서 그들 가운데서 통용시킨 규범들은 그들에게는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옳다는 것이 너무나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사람이 빠져드는 이러한 착각은 관습이 지닌 주술적인 힘을 보여주는 예들 중의 하나다. 관습이라는 것은 속담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단지 제2의 본성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제1의 본성으로 잘못 받아들여진다.

39p


인간의 행동의 규율과 관련한 사람들의 견해를 결정하는 실제적인 원리는 모든 사람이 당연히 자기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하는 각 사람의 생각,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감정이다.

40


어느 나라에 새롭게 부상한 계급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나라의 도덕률의 상당 부분은 그 계급의 이해관계와 우월의식에서 나온다. 스파르타인들과 그들의 노예들, 농장주들과 흑인 노예들, 군주들과 신민들, 귀족들과 평민들,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의 도덕률은 대체로 이러한 계급 이익과 우월의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41p


개인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부적절한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별해 내는 데 사용할 공인된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결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정부의 개입으로 좋은 결과가 생겨나거나 사회악이 고쳐질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정부의 간섭을 촉구하고 나선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영역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회악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쪽을 선호한다.

46p


인간이 자신의 어느 구성원의 행위의 자유에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유일한 것은 자기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뿐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부분에서 개인의 독립성은 당연한 권리로서 절대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즉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는 그 주권이 개인에게 있다.

47p


개개인들을 강제해서 인류에 이익이 되어 보이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보다는, 개개인들이 그들 자신에게 이익이 되어 보이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인류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

사회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떤 사회가 훌륭하고 어떤 개인이 훌륭하고를 정해놓고서, 강제력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그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왔다.

53


개인의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해악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이 심각한 해악이 되는 이유는 그런 행위는 현재의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까지, 그리고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찬성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인류 전체에게서 중요한 것을 빼앗아버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59p


시대가 개인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자명하다. 모든 시대는 많은 의견들을 고수했지만, 다음 시대에서는 그 의견들은 틀린 정도가 아니라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과거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더 많은 의견들이 현재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많은 의견들도 미래에 의해 부정될 것이 분명하다.

62p


인간은 토론과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토론은 경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틀린 의견들과 실천들은 사실과 근거에 의해 점차 밀려난다. 하지만 사실들과 근거들이 인간의 지성에 어떤 효과를 미치기 위해서는 지성 앞에 호출되어야 한다. 사실들이 자신의 의미를 스스로 말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실들이 지닌 의미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이 필요하다.

65p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의견을 수정해나갈 때에만 가능한 한 가장 완전한 의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서 확고한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것 만이 신뢰할 수 있는 의견과 판단을 생산해내는 유일하게 안정적인 토대이다.

66p


진리의 진정한 이점은 이런 것이다. 즉, 어떤 옳은 의견을 박해해서 한 번, 두 번, 또는 수십 번 매장해 버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의견을 다시 내놓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게 되고, 그때마다 박해가 계속된다고 해도, 그러다가 운좋게도 좋은 환경을 만나 박해를 피하게 되면, 이후의 모든 박해를 이겨낼 만한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어 언젠가는 인류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82p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들은 단지 일반적인 상식에 영합하는 자들이나, 온갖 위대한 주제들에 대해서 청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들만을 들려줌으로써 진리를 사고 파는 모리배들이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진리를 탐구하여 그 원리들과 근거들을 깨달은 자들이 아니다.

89p


장래가 촉망되는 수많은 지성들이 겁을 집어먹고서, 사람들로부터 불경스럽다거나 비도덕적으로 여겨지게 될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을 염려해서, 자신만의 사고를 대담하고 활발하게 추구해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세계가 입게 될 손실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90


오늘날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의견을 거침 없이 내놓고 그 근거를 막힘 없이 제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백 명 가운데 구십구 명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자신의 주장과 그 근거들을 거침 없이 제시하면서도, 그들과 다른 의견을 펴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과 그 근거들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97p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이나 여론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에 실제로 나서서 그렇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114p


소수의 의견이 진리의 일부만을 반영한 것인데도, 늘 그렇듯이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의견이 진리 전체를 반영한 것인 것처럼 열렬히 주장하겠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런 기회를 통해서 사람들은 그 소수 의견에 반영된 진리의 한 부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17p


어떤 문제에 대해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는데, 오직 몇몇 사람들만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설령 다수의 의견이 옳은 경우에도, 그 소수의 다른 의견속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들어야 할 유익한 내용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거의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 소수가 침묵하게 되면, 인류는 진리의 일부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120


어떤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좋지 않게 바라보고서, 그와 그의 의견을 악하고 부도덕한 것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끝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의견을 지니고 있든, 자신의 반대자들과 그들의 의견들이 진정으로 어떤 것인지를 아무런 사심 없이 경청하고서, 그들에게 불리한 것들을 부풀리거나 그들에게 유리한 것들을 은폐하지 않는 가운데, 그들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밝히는 모든 사람에게는 경의를 표하여야 한다.

132


우리가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 동일한 여려 이유들에서 인간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모든 결과를 스스로 감수하는 한, 자신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는 데 자유로워야 하는가, 즉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육체적이거나 도덕적인 방해 없이 자신의 의견을 삶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가의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134p


게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도덕과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개개인의 자발성을 그들의 일부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그들이 인류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을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방해하고 저항하는 골치아픈 요소로 보고서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137p


사람이 자신의 생활방식이나,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의 행동에 자신의 판단이나 개성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훌륭한 삶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38p


인간의 본성은 어떤 정해진 모형을 따라 만들어져서 정해진 곳에 배치되어 정해진 일을 정확히 해내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을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내면의 힘을 따라 사방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켜나가게 되더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141p


개인이든 가족이든,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일들에서만이 아니라 오직 자신과만 관련된 일들에서조차도, 내가 무엇을 더 선호하고, 나의 개성과 성향에 맞는 것이 무엇이며, 나의 능력을 최고로 발전시키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지를 자기 자신에게 묻지 않는다. 그런 것들 대신에, 그들은 나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이고, 나와 같은 지위와 경제적 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것이 무엇이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심하게도) 나보다 더 나은 지위와 경제적 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묻는다.

나는 그들이 그들 자신의 성향에 맞는 것이 아니라 관습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은 선택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관습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 외에, 그들 자신만의 고유한 성향이라는 것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의 정신 자체가 노예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저 즐겁기 위해서 하는 일조차도, 남들이 무엇을 하며 즐겁게 노는지를 먼저 생각하고서, 사람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한다. 그들은 군중 속에 묻혀 있기를 좋아한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뿐이다. 그들은 범죄를 꺼리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특이한 취향이나 튀는 행동을 꺼린다.

145p


각 사람은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킨 정도에 비례해서 그만큼 더 자기 자신에게 가치를 지니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가치 있게 된다. 개개인의 삶이 만개하여 풍성해지면, 그 개개인들로 이루어지는 사회도 풍성해지게 된다.

149p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들에서 단지 그들이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가치 있는 것들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오직 그런 제한에 저항하는 반항심만 더 커질 뿐이다. 또한 정당하지 않은 제한에 묵종하는 데 익숙해지면, 인간의 본성 전체가 둔해지고 무디어지고 만다.

150p


천재들 중에서 강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서, 자신들에게 채워진 족쇄를 부수어버리는 경우에는, 천재들은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로 만드는 데 실패한 사회의 공격대상이 된다. 즉, 마치 어떤 사람이 나이아가라 강이 "네덜란드 운하"처럼 좁은 구역을 유유히 흐르지 못한다고 불평하듯이, 사회는 그들을 향해 미쳤다느니 정상이 아니라느니 심한 독설을 퍼부으며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153p


모든 것은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 비슷해져야 한다는 이 사회의 요구는 날로 갈수록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모든 사람의 삶이 하나의 정해진 형태로 획일화된 후에, 거기에 저항하고자 한다면, 그 획일적인 삶의 형태로부터 벗어난 모든 것들은 불경스럽고 비도덕직이며, 심지어 본성을 거스르는 기괴한 짓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은 다양성을 보지 않은 채로 한동한 살아가다보면, 아주 신속하게 다양성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170p


나는 사람은 서로의 삶이나 행동에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이 옳게 행동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든 그렇지 않든 거기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나의 그런 주장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과 행동을 위해서 힘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과 행복을 극대화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73p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을 돕고 선을 선택하고 악을 피하도록 서로를 격려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더 고귀한 능력들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그들의 감정과 목표가 어리석고 저급한 쪽이 아니라 지혜롭고 고상한 쪽을 점점 더 지향하도록 계속해서 서로를 자극해야 할 의무가 있다.

174p


정부가 그들에게 자유를 교육하고 그들을 자유인으로 대우하여 다스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도, 결국 그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여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라면,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정부가 자신들을 그런 식으로 다스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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