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독자님을 만나다
1.
지난 금요일, 퇴근하고 후배 아버님의 차를 얻어 타 서울로 올라가는 길. 꽤 시간이 걸리는 여정이기에, 아버님과 후배의 대화 속에서 계속 침묵만 지킬 수는 없는 노릇. 또한, 이는 예의가 아닐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고, 삶의 반환점을 돌고 계시는 성인과 이야기 나누는 것은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 아버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산에 대한 사랑으로, 세상의 모든 명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꿈꾸며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계셨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흔히도 알고 있는, 에베레스트도 다녀오셨다고... 높이가 8848m라는 것도 기억하게 됐다. 엄홍길 대장님을, "홍길이 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알고 보면 산악계에서 유명인사이실지 모르는 아버님. 등산 에피소드, 보람찬 순간, 등산 준비과정 등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됐다.
2.
아버님과 조종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나의 이야기를 좀 했다. 나에게 조종이 얼마나 (신체적) 적성에 안 맞는 일이었는지.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는데.
"혹시 브런치해?"
"카카오브런치요? 어떻게 아셨어요?"
"거기서 읽었던 것 같아."
지금은 그 글을 내리고 없지만, 사실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나의 브런치 글을 읽은 독자님을 현생에서 만났다:)
3.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데, 왼쪽 빈자리에 중년의 어르신께서 앉으셨다. 많이 더우셨는지 오른팔로 부채질을 하셨다. 나의 왼쪽 페이지 위로 어르신의 팔꿈치와 그 그림자가 글자를 가렸다 말기를 반복했다. 이를 의식하셨는지, 나의 오른쪽 빈자리로 옮기셨다. 이번에는 그의 부채질 바람으로 나의 오른쪽 페이지가 깃발처럼 펄럭였다.
4.
극도로 무더운 날씨 속, 더위에 찌든 나를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앗, 이것이 어디서 오는 시큼한 냄새인가. 운동복차림의 왼쪽 청년에게서 땀냄새가 나는 듯했다. 자리를 옮겼다. 왜, 냄새가 그대로지? 설마 난가? 에이 설마...
5.
이태원에 있는 서점? 북카페? 그래픽을 가고 싶어서 폭염 속에 이태원까지 갔다. 아니, 대기팀이 45팀이요..? 포기하고 근처에서 옛날 통닭과 팬케이크를 먹었다. 나와 그곳에서 각자의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줄 유일한 친구였는데, 그는 곧 교환학생을 간다. 저와 가주실 분.
6.
교수님과 면담을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인생의 선배로서 투자나 자산관리에 대해서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다.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도시에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공감하셨는데, 부동산은 반드시 수도권에 사라 하셨다. 이상과 현실.
7.
요즘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넌 군대랑 안 맞아. 군대에 있기 아까워."
칭찬인가. 문제아라는 것을 돌려서 말하는 건가.
8.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5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봤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수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연구한 것을, 독자는 몇 시간만 투자해서 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 지식습득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주는 것이 독서라고 한다. 문학과 시, 수필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