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게 대단한 엄마는 아니야.

어쩌면 조금 이상한 엄마지

by 김채원

언젠가 차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를 번쩍 들어 올린 엄마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트럭이랬나 승용차랬나. 오래된 기억이라 또렷하진 않지만 그 비슷한 이야기를 분명 들었다. 그때 나는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식이 위기에 처하면 갑자기 힘이 솟아나는 슈퍼히어로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나도 그런 일이 생기면 차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시답잖은 상상을 해본다.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이 오면 정말 온 우주가 나를 도와 초인적인 힘을 잠시나마 줄 수도 있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안 될 것 같다. 엄마는 내 생각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아니, 나는 그렇게 대단한 엄마는 아닌가 보다.


대단하지 않은 엄마인 나를 사람들은 가끔 엄마답지 않은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첫째를 낳고 100일쯤 됐을까.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남편이 아기 기저귀 가는 걸 보고 친구 중 한 명이 깜짝 놀 말했다. "기저귀는 엄마가 갈아야지."

그 말에 내가 더 깜짝 놀랐다. 엄마가 갈든 아빠가 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엄마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있고 아빠는 하는 일 없이 앉아있었는데. 내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는 것처럼 그 친구는 아직도 날 이상한 엄마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언젠가는 허리가 많이 아팠다. 정형외과를 찾아 허리 상태를 얘기했고 출산한 지 6개월쯤 됐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의사는 혼잣말처럼 "모유 수유할 테니 약은 못 드실 테고.." 했다.

"아니요. 저 분유 먹여요."

의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모유를 먹여야지 왜 분유를 먹이냐고 했다. 약 먹지 말고 모유 먹이라고 했다. 처음 본 의사 앞에서 '우리 아이가 젖을 안 물려고 해서 유축 수유를 했고 양이 부족해서 분유도 같이 먹였다. 그러다 갑자기 모유 양이 너무 줄었고 급기야는 아무리 짜내도 안 나오더라. 남들 다 하는 모유수유도 못하는 못난 엄마가 된 것 같아 그 날 오후 내내 울었다. 지금은 그렇게 젖이 말라버린지 한 달도 넘었는데 모유를 어떻게 먹이냐. 허리 아프니까 약이나 처방해주라.'고 구구절절 말하기가 뻘쭘했다. 그래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의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나는 그가 미혼이길 바랬다. 만약 기혼이라면 와이프가 너무 불쌍하니까.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혼 서울에 놀러 간 날도 생각난다. 거의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워 큰 맘먹고 간 거였는데 엄마가 애를 두고 어딜 가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내가 애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자유부인'이라는 말이 싫다. 어쩌다 한 번 이 없이 외출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뭐 대단한 특혜라도 누리는 것처럼 '자유부인'이라고 부르는 게 듣기 싫다. '자유부인'이라는 말은 싫지만 '자유부인'이 되는 날은 너무 좋다.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내가 갑자기 대단한 엄마가 되는 것도 이상하다.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대단하지 않은 엄마가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최근에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의사는 나에게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모유수유 중인데 먹어도 되는 약이냐고 묻자 수유를 중단하고 약을 먹을 것을 권했다. 의사는 나를 설득하기 위해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5개월이면 모유는 먹일 만큼 먹였음. 둘째, 모유수유 말고도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은 많이 있음. 셋째,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키울 수 있음. 나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전 그냥 모유 수유하고 싶어요."

나는 좀 이상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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