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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25. 2019

우울증은 술로 이겨내야지

절대로 따라 하지 말 것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과 불안이 높다며 약을 먹으라고 했다.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고 말하 병원을 나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이랑 카톡을 하는데 정이가 묻는다.

"야 너 우울증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그렇대."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우리는 나의 우울증을 핑계로 원이네 집에 모여 술을 마시기로 했다.

 


  알고 지낸 지 20년은 됐는데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원이가 갑자기 자기는 왕따였다고 고백한다.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어렸을 때 많이 힘들었단다. 외동이라 외로울 때도 많았단다. 우리는 형제가 있어도 별 도움 안 된다고 위로를 한다. 원수 같은 형제라도 있었으면 좋겠단다. 아무도 없다는 것,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는 외로움이 싫었단다.


  정이는 결혼 후 쭉 시어머니랑 살았다. 같이 술 한 잔씩 할 정도로 사이는 좋지만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한다. 아이도 할머니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단다. 시어머니 눈치를 보는데 익숙한 정이는 술에 잔뜩 취해서도 설거지를 말끔히 해 놓고 잤다.


  민이는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다고 고백한다. 나의 우울증을 계기로 만난 우리는 서로의 우울한 얘기를 뱉어내기 바쁘다. 우울한 이야기와 술잔이 오고 가는 사이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우울한 이야기를 웃고 떠들면서 할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우울증인 건 맞나 싶다. 우리 중에 누구도 나보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눈을 뜨니 아침이다. 옆에서 민이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임신 중이라 술을 안 마신 민이는 내가 술에 취해서도 씻고 잤다고 칭찬을 해줬다. 원이의 남편이 만들어 준 닭한마리로 해장을 한다. 민이와 사이가 좋지 않은 민이의 아빠가 민이를 데리러 오셨다. 민이의 아빠는 우리에게 집에 놀러 오라고 하셨다. 원이와 정이의 아이들에게 만원씩 쥐어주시면서. 아빠랑 차에 있을 때가 제일 싫다던 민이는 웃으며 아빠 차에 탄다. 민이를 보내고 정이가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왜 우는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정신과에 다시 가서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지 헷갈린다. 우울증이 사라진 기분이다. 친구 덕분인지 술 덕분인지 친구들의 우울한 이야기 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srt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원이가 카톡을 보냈다.

"가슴이 저리게 아쉬워"

짜식. 나만 아쉬운 게 아니었군. 정이가 왜 울었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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