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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Nov 14. 2019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딱 오나요?

가슴 뛰는 사랑만 사랑인 건 아니다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 직원들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기술 커트나 펌을 하는 기술 못지않다.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 이제 갓 스무 살 정도 된 스텝이 묻는다.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딱 오나요?"

  "아니요. 그냥 이게 막차다 싶으면 타면 돼요."

  갑자기 내 입에서  이런 대답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크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막차 타는 심정으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을까? 아니었다. 나는 남편의 인생에 내가 막차일 것 같아서 타라고 했다. 그래서 프러포즈도 내가 했다. 너무 사랑해서, 안 보면 죽을 것 같아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 남자랑 결혼하지 않으면 이 남자는 결혼을 못할 것 같아서였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오지랖이 나왔을까.


  그렇게 한 결혼이니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달달한 신혼 생활은 우리에 없었다. 우리는 성격도 달랐고 비슷한 취미도 없었으며 뜨겁게 사랑하지도 않았다. 이런 우리가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처음엔 다 그런 거라고. 서로 맞춰가는 과정인 거라고.  내가 보기에 우리 절대로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살다 보니 우리 사이에 뜨거운 사랑이 없다는 게 도움이 되었다. 크고 작은 일들로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지만 그중에 '사랑싸움'은 없었다. 둘 사이에 엄청난 사랑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집착, 질투, 기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실망 등이 있을 텐데 우리에게는 그런 게 없다. 만약 눈만 마주쳐도 두근두근 떨리는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면 매일매일 요동치는 감정을 감당할 수 없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또, 처음에는 단점인 줄 알았는데 장점이었던 것도 있다. 나는 술을 좋아하고 남편은 술을 안 마신다. 술을 안 마시는 남자가 존재한다는 걸 남편 덕에 알았다. 술도 안 마시는 남자랑 무슨 재미로 사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 술을 안 마시는 게 너무 다. 술을 안 마시니 퇴근하면 꼬박꼬박 집으로 오고, 내가 술을 마셔도 운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내가 숙취와 싸우고 있으면 집안일과 육아도 맡아서 해준다. 다음 생에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거냐고 물으면 '글쎄요.'라고 하겠지만 다음 생에도 술을 안 마시는 남자와 결혼할 거냐고 물으면 '당연하죠.'라고 할 것 같다.


  

  결혼할 사람은 느낌이 딱 오나요?

 

   내 경우에는 아닌 것 같다. 살면서 몇 번의 연애를 하다 그중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는 거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결혼에는 사랑 말고도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있다. 예를 들면  타이밍, 나이, 종교, 직업, 경제력 등이다. 물론 느낌이 딱 와서 결혼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게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가슴 뛰는 사랑으로 결혼 한 부부들도 많다. 하지만 동료애나 인류애 같은 마음으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우리 같은 부부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만큼 다양한 결혼이 있다. 어떤 결혼이든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된다. 크게 부러워할 결혼도 크게 안타까워할 결혼도 없는 것 같다. '살아보니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어떤 결혼을 하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프러포즈를 하겠다면 말리고 싶다. 나는 프러포즈를 내가 했다는 이유로  "결혼해달라고 매달려서 결혼해줬더니~"로 시작하는 남편의  농담을 들어야 하는데 이건 내 결혼 생활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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