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에는 '하면 된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이 말은 말보다 글로 더 유행했는데, 이 말을 글로 써서 액자에 걸어놓거나 이걸 적은 흰 띠를 머리에 두르고 공부하는 식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띄어쓰기 규칙에 충실한 '하면 된다'가 아니라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한 '하 면 된 다'가 유행이었다. 신기하게도 '하 면 된 다'에서는 '하면 된다'에는 없는 어떤 단호함과 힘이 느껴진다. 정말로 뭐든지 하면 될 것만 같다. 그래서 그 시절 사람들이 그렇게도 '하 면 된 다'고 믿었나 보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시절 '하 면 된 다' 액자와 비슷하게 만들어 보았다.
솔직히 말해보자. 살면서 '해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공부, 운동, 다이어트...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해도 안 됐던 일'을 세기 시작할라치면 '하면된다 신봉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대로 했어?"
"열심히 했어?"
"얼마나 했는데?"
"잘했어야지"
할 말이 없다. 이건 무조건 우리가 불리한 싸움이다. 해서 잘 된 일은 했으니까 된 거고, 했는데도 안 된 일은 덜 해서 안 됐다고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있다. (다이어트는 안 해서 안 된 게 맞지만.. 쩝)
얼마 전에는 동영상 편집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번에 학교에서 학생회와 방송부를 맡으면서 그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행사 홍보 영상도 만들고, 행사 장면도 영상으로 남기면 아이들도 얼마나 좋아할까? 갑자기 의욕이 앞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영상 모임에서 활동하는 언니가 생각나 카톡을 보냈다.
"언니, 저도 영상 편집 좀 배워보려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언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그게 말이야.. 사실 별건 없고.. 그냥 하다 보면 늘어.."
와, 정답이다. 하다 보면 는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해야 된다'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물론, 될놈될(될 놈은 된다는 뜻)이라는 말처럼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무슨 복을 타고난 건지 부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해도 안 될 확률과 안 해도 될 확률을 따져보면 해도 안 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하면 된다'보다 '안 하면 안 된다'나 '해야 된다'를 믿기로 했다.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들, 언젠간 이루겠다던 거창한 목표들, 시작하기만 하면 바로 대박 날 것 같은 근사한 계획들을 지금 바로 시작하자.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짜다고 아무리 훌륭한 생각도 실천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물론 해도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안 하면? 절대 안 된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자기 계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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