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채원 Aug 29. 2022

우리 부부가 싸우는 이유

내 말 듣고 있어?

남편과 대화를 할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듣고 있어?"


남편은 내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할 때도, 열을 올리며 씩씩거릴 때도 별 반응이 없다. 중간중간 맞장구 쳐주는 일도 없고 내 말이 끝난 뒤에 대답도 잘 안 한다. 그러니 나는 남편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내가 듣고 있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늘 똑같이 대답한다. 

"귀가 있으니까 당연히 들리지."

이런 대답을 들으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싫어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애초에 이건 대화가 아니었다. 대화라는 건 서로 주고받는 건데 지금껏 나 혼자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영어 단어 중에 '듣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가 두 개 있다. listen과 hear가 그것이다. 둘 다 한국말로는 '듣다'로 번역하지만 사실 이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Cambridge Dictionary


캠브리지 영어사전에 따르면, Hearing is an event. 다시 말해 hear은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주변의 소음이나 천둥소리처럼 내가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을 말한다. 반면, Listening is an action. listen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듣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받아 적거나 라디오를 듣는 것을 말한다. 


내가 남편한테 듣고 있냐고 물어볼 때의 '듣다'는 'listen'인데, 남편이 받아들인 '듣다'는 'hear'이다. 이럴 때면 한국말에도 listen과 hear처럼 둘 차이를 구별하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듣다' 보다 'listen'의 의미를 조금 더 가진 말이 '경청'이다.  앞으로는 남편한테 '경청하고 있어?'라고 물어야 하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는 건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뜻이다. 눈도 마주치고 고개도 끄덕이며, 수시로 공감을 표현해주면 더 좋다.  경청은 그냥 되는 게 아니다. 말을 하는 사람이나 혹은 그 사람의 말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남편의 무반응이 더 서운하다. 그만큼 남편이 나에게 무관심하다는 뜻일 테니.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이 나에게만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ISTP인 남편은 나를 포함한 모든 타인에게 공평하게 무관심하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 싸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어쩌면 남편 덕분에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말을 경청해 줄 청자가 없으니 내 글을 정독해 줄 독자라도 만나기 위해.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경청> 입니다.


▶ 팀라이트가 뭐하는 곳인지 궁금하다면

☞ 팀라이트 소개

▶ 매주 금요일 오전 8시! 따뜻한 작가님들의 레터를 받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레터링 서비스 정기 구독 신청

▶ 팀라이트와 소통하기 원한다면

☞ 팀라이트 인스타그램

▶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모아보고 싶다면

☞ 팀라이트 공동 매거진 구독하기

▶놀면 뭐쓰니, 인사이트 나이트 오픈 채팅방!

☞ 팀라이트 인나 놀아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