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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Sep 16. 2022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

(feat. 전자책, 오디오북)

독서, 영화처럼 생생하게!

2년 전에 배우 김혜수씨가 출연한 한 오디오북 광고 카피다. 그 광고는 '책이 연기를 시작했다', '책의 감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며 오디오북의 등장을 알렸다. 그때만 해도 내가 오디오북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나는 전자책에도 회의적이었으니까. 종이책의 냄새, 책장을 넘길 때의 촉감, 읽을수록 책의 오른쪽이 점점 얇아지는 것을 보는 뿌듯함 같은 것들을 포기하고 고작 전자책 따위를 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시 블로그에 전자책에 대한 생각도 썼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나는 '이런 쓸모없는 놈을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며 종이책 편을 들었다. 그랬던 내가 몇 달 뒤 전자책 1년 구독권을 결제했다.


막상 사용해보니 전자책만의 장점도 많았다. 몇 권을 읽든 스마트폰이나 리더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하이라이트 했다가 지우는 것도 가능하고, 메모를 했다가 지우기도 좋았다. '이런 쓸모없는 놈'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린 게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전자책까지는 책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오디오북은 안된다. 눈으로 보고 읽는 책이 아니라 귀로 듣는 책이라니 그건 말도 안 된다. 오디오클립이나 팟캐스트라고 부르면 모를까 오디오'북'은 용납할 수 없다.


사실 오디오북은 전자책보다 더 유서가 깊다. 어린 시절, 아직 한글을 몰라 혼자 책을 읽을 수 없을 때 카세트테이프로 세계 명작 동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아니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좋아했던 책은 <백조 왕자>였는데 공주가 감옥에서도 쉬지 않고 쐐기풀 옷을 지어 백조로 변한 오빠들에게 던져준 장면에서는 늘 감동을 받았다. 아마 그 장면에 쓰인 배경음악이 극적인 효과를 더했으리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오디오북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도 오디오북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있다. 바로 우리 남편이다. 우리 아이들 아직 어려 책을 읽어줘야 한다. 책을 다 읽어주면 아이들은 꼭 "한번 더!"를 외치는데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 남편은 똑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비효율적인 일을 절대 하지 않는다. 대신 책을 읽어줄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한번 더!"를 외치면 그때부터는 녹음된 음성 파일을 재생해준다. 똑같은 책이라도 읽을 때마다 오래 머물고 싶은 장면이 다른 법인데 그런 건 죄다 무시하고 녹음된 파일의 속도에 맞춰 책을 보여주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저건 진짜 책 읽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디오북에 대한 인식은 더 안 좋아졌다.


내가 전자책 1년 구독권을 결제한 사실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의 다음 전개도 예상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김혜수씨가 광고했던 그 오디오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블로그에 "오디오북 이렇게 좋은 거 왜 이제 알았죠?"라며 주책맞은 글도 썼다. 녹음된 속도에 맞춰 책을 읽는 건 진짜 독서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무게나 부피 같은 물리적인 단점을 보완했다면 오디오북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귀로는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으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정말 유용한 아이템이다. 내가 주로 오디오북을 들을 때는 운전할 때, 그리고 운동할 때다. (잠 안 올 때 틀어놓으면 잠도 잘 온다.)


나는 이제 종이책만이 진짜 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멈추려고 한다. 책의 대표는 종이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의 장점과 매력도 인정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여러 권의 책을 읽게 해주는 전자책과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도 생생하게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내 독서 생활을 윤택하게 해 준 건 사실이니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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