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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생각 차이

그 보다 더 서운한 너의 태도

by 김채원
남편과 나는 틀리다

내 문장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싶은 분들이 많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이고, '같다'의 반대말은 '다르다'이니 '남편과 나는 다르다.'라고 표현해야 맞다. 럼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는 틀리다. 우리는 너무나도 달라서 내가 볼 때는 남편이 틀렸고, 남편이 볼 때는 내가 틀렸기 때문이다.


어제도 결국 싸우고 말았다.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로의 생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내가 내 의견을 자세히 늘어놓았고, 남편은 듣기 싫어서 귀를 막았다.


저녁을 먹으며 이어진 가벼 대화가 시작이었다. 다른 사람의 외모를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의견의 차이가 생겼다. 나는 어떤 사이에서건 외모 지적은 안 된다는 입장이고, 남편은 외모 지적쯤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친한 사이에서는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내 남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어떻게든 설득하고 싶었다. 남편한테 조곤조곤 내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을 꺼내자마자 남편의 얼굴에 듣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남편의 표정만으로도 남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였다. 분명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또 예민하게구네.'라고 생각했을 거다. 어쩌면 내가 예민하게 굴었을 수도 있다. 한 달 중 가장 예민한 날이기도 했으니. 그래도 내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귀를 닫은 그에게 나는 또 상처를 받았다.


이미 말을 꺼냈으니 끝까지 마무리는 했다.

"오빠가 외모 지적 자체를 찬성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외모 지적이 한 사람에게 엄청난 상처와 수치심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 테니까 말이야. 나는 오빠처럼 '편한 사이에서는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외모 지적을 해도 괜찮은 상황이 있다는 건, 외모 지적을 해 놓고 '괜찮을 줄 알았다.'는 변명을 할 빌미를 제공하는 거잖아. 그러다 보면 오히려 상처 입은 사람이 예민해 보일까 봐 기분 나쁘다고 표현을 못하는 상황도 생길 거야.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외모 지적을 해서는 안 돼."


남편은 내가 말하는 내내 TV를 바라보면 건성으로 "예~예~ 니 말이 다 맞다고 하자~"하는 반응을 보였다. 마음이 아팠다. 생각 차이도 힘들었지만 나를 대하는 남편의 태도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남편은 원래 그렇다. 원래 무뚝뚝하고 원래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이제 그런 일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서운하다. 다시 또 상처를 받았다. 피곤해서 먼저 자야겠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용히 울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차 안에서도, 오후에 퇴근하는 차 안에서도 울컥울컥 눈물이 났다.


나는 요즘 냉탕과 온탕 사이를 번갈아 오간다. 나한테 차갑고 무뚝뚝한 남편이 냉탕이라면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작가님들이 온탕이다. 냉탕에 오래 머무르면 몸이 적응해 차가운 줄 모르는데 온탕에 다녀오면 냉탕은 차다 못해 시리다. 얼른 다시 온탕으로 돌아가야겠다. 요즘 내 최애 온탕은 알레 작가님이다. 내가 뭘 해도 '잘한다 잘한다'해 주고, 내가 잘못해도 괜찮다고 우쭈쭈 해주는 알레 작가님 덕분에 눈물을 닦고 또 글을 쓴다. 무뚝뚝한 남편을 만나서 속상할 일은 많지만,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에도 고마워하고 감동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세상엔 정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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