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필요하다는 친구
이 글은 친구가 안 읽으면 좋겠다.
하늘에서 돈 좀 안 떨어지나
친구의 말을 흘려들었다. 너도나도 힘들다는 시기에 그런 생각 안 해 본 사람 있을까 싶어서. 친구랑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진짜로 돈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도 친구는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는 그런 말을 꺼낼 성격이 아니었다. 순간, 고민이 됐다.
얼마나 필요한지 물어볼까?
친구와 나는 20년을 함께 했다. 워낙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친구라 친구에게 고마웠던 일이 수 십 개도 넘게 떠올랐다. 내가 도울 수만 있다면 뭐든 해 주고 싶은 친구였다. 그런데도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지 못했던 건 돈을 빌려줬다가 멀어진 사람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친한 사이일수록 돈거래는 하지 말라고 한다. 돈을 빌려줄 거면 돌려받지 않을 마음으로 그냥 주라고 한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돈을 빌려준, 아니 그냥 준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은 역시 돈을 갚지 않았다.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은 건 괜찮았는데, 내가 먼저 연락하면 독촉하는 것 같아서 연락을 할 수 없었고 돈을 갚을 길이 없는 그들도 나한테 연락을 못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서 돈을 빌려주든 그냥 주든 돈거래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친구에게 자꾸 마음이 쓰였다. 친구는 나에게 말을 아끼려고 했다. 부담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친구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친구에게 부담되지 않을, 나에게도 부담되지 않을, 친구가 돌려주지 않아도 좋을, 그럼에도 연락은 이어갈 수 있는 적당한 액수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아침에 친구에게 돈을 보냈다. 카카오톡 송금 기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계좌번호를 물어보지 않고도 송금이 가능했다.
친구는 고맙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친구가 자존심 상해할까 봐 내심 걱정이었다. 생각해보니 돈 몇 푼에 멀어질 사람들은 돈거래를 안 해도 멀어졌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돈이 필요하다는데 고민 없이 내어주지 못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