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쏙 드는 내가 되고 싶다
지금 모습 그대로
자주,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양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걸 알게 된다. 적어도 몇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싶다거나, 매일 하나의 글을 쓰겠다거나, 돈을 얼마 이상 모으겠다거나, 몇 킬로그램을 빼고 싶다거나 하는 것들. 숫자는 많은 걸 명료하게 만든다. 숫자로 표현하면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기도 쉽다.
이제는 이루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나'를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떠올리면 '유쾌하다', '탐욕스럽다', '정직하다', '게으르다' 등의 단어가 바로 생각나는데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착한 것 같으면서도 이기적이고, 무던한 것 같으면서도 예민하며, 털털한 것 같으면서도 소심하다. 그냥 착한 사람, 무던한 사람, 털털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쩌면 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남들에게는 잘 감추며 살고 있는 (그렇다고 믿고 싶은) 나의 이기적인 마음과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을 잘 알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듣기 좋은 수식어는 다 떠올랐다. 지혜로운, 성실한, 긍정적인, 상냥한, 여유 있는, 유쾌한 같은 것들. 이 모든 단어를 담을 만큼 대단한 사람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골라야 한다. 고민 끝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내가 되고 싶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평가될 때가 많다. 진학이나 취업 같은 중요한 일에서도 남들이 맞춰놓은 기준점을 통과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연애를 하거나 친구를 사귀더라도 서로가 서로의 기대에 충족해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기준 말고,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고 싶다. 신기하게도 남들 마음에 드는 것보다 내 마음에 드는 게 훨씬 어렵다. 남들이 나를 칭찬해줘도 나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고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 내 단점이 도드라져 보일 때도 많다.
아마도, 이런 식이라면 평생 내 마음에 쏙 드는 내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경험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내가 되는 게 어렵다면, 그냥 내가 내 마음에 쏙 든다고 생각해버리면 된다. 마음이야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 대단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