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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싶어 할까?

나만의 갈릭디핑소스를 찾는 중

by 김채원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던 3년 전이 떠오른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평범한 일상 말고는 쓸 게 없는데, 평범한 이야기야 말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냐며 당장 나를 작가로 만들어 달라고 신청서에 썼다. 며칠 뒤 합격 메일을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 말고는 쓸 게 없는데 3년 동안 우려먹은 평범한 일상 얘기를 또 쓰자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사람들이 정말, 내 글을 읽고 싶어 할까? 사람들이 정말, 내 글에 공감을 할까? 나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더 특별한 게 아닐까?


얼마 전, 브런치 작가님들 여럿이 모인 단톡방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브런치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이 바람을 펴서 이혼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했다. 아직 책을 읽지도 않았지만, 재미있을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은 사실 그런 게 아닐까? 누구나 쉽게 경험해보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글, 스펙터클 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유용한 정보가 가득한 글. 그저 그런 소소하고 평범한 내 글 말고, 조금 더 특별한 그런 글 말이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겠다고 당장 이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고 싶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했다.


비슷한 고민은 학교에서도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국어나 수학이 아니라 미술이나 체육이다. 수업을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국어책이나 수학책을 펼칠 때의 아이들의 얼굴은 칙칙하고 무기력한 반면,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은 뒤통수에도 생기가 돈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의 크나큰 기쁨이지만, 그렇다고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매일 미술과 체육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해야 하는 수업과 아이들이 하고 싶은 수업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작가는 글을 잘 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이 뭔지도 생각해야 한다. 교사는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생각해야 한다. 사실 모든 게 다 그렇다. 치킨집 사장님이 장사를 잘하려면 자신의 입맛보다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고, 영화감독이 영화를 흥행시키려면 자신의 취향보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연애를 잘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예전에는 피자를 먹을 때 토핑이 없는 가장자리 부분은 안 먹고 버렸다. 맛도 없고 퍽퍽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갈릭디핑소스를 만난 뒤로 그 부분을 버리는 일이 없어졌다. 피자를 통째로 바꾼 게 아니라 겨우 소스 하나만 추가했을 뿐인데 만족도가 높아졌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쓰겠다고 내 일상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다. 나를 과장하고 부풀릴 필요도 없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자신만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여 내어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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