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쉬워지는 12월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12월에는 육아가 조금 쉬워진다. 산타할아버지가 도와주시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에도 할아버지였던 그 할아버지는 사진이나 그림으로만 만날 수 있지만 작년부터 12월이 되면 우리 아이를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신다.
작년, 그러니까 아이가 3살일 때,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대. 어떤 선물 받고 싶어?"
"노란 운동화"
그 날부터 우리 아이는 산타할아버지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가가서는 노란 운동화를 가지고 싶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게 그림이든 장식물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 많은 산타할아버지 중에 누구라도 선물만 주시면 상관없어 보였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산타할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너 그러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시면 어떡해?"
그러면 아이는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이 됐고 나는 인심 쓰듯 말했다.
"한 번 정도는 이해해주실 거야. 지금부터 말 잘 들으면 선물 주시겠지. 엄마가 부탁드려볼게."
아이가 산타할아버지를 의식해 착한 일을 하려고 노력할 때도 능청스럽게 얘기했다.
"우와~ 산타할아버지가 노란 운동화 사 주실 것 같아."
산타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신적인 존재 같았다.
며칠 뒤, 산타할아버지는 마음에 드는 노란 운동화를 찾지 못했음을 나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했고, 아이는 그럼 분홍 운동화도 괜찮다고 다시 나를 통해 산타할아버지께 전달했다. 산타할아버지와 아이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었지만 의사소통이 매끄러웠고 아이는 원하던 운동화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아이는 다음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산타할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으나 1월이 되고 산타할아버지가 눈에 띄지 않자 곧 잊어버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또다시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아이에게 올해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것 같냐고 물어보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에게 관대한 편이다.
다시 산타할아버지를 의식하기 시작한 아이는 스스로 착한 행동을 했다고 느낄 때면 뿌듯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마치 '보고 계시죠?'라고 묻는 듯.
어느 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엄마, 태어날 때는 응애응애 울어도 되는데 그 다음부터는 울면 안돼. 아기가 아니니까. 산타할아버지도 울면 안된다고 하잖아."
"너 어떡해? 며칠 전에 울어서 엄마가 사진도 찍어놨잖아."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조심스레 다시 말을 꺼낸다.
"산타할아버지도 베이비스토리 하시려나?"
(*베이비스토리는 아기의 사진을 가족들끼리 공유하는 어플입니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전부 볼 수 있어요.)
그러다 요 며칠 인사를 잘 안 하길래 산타할아버지를 소환했다.
"너 오늘 선생님한테 인사 잘하나 안 하나 산타할아버지가 보러 오실 것 같은데?"
"안 오실 것 같은데?"
당황스럽다. 한 살 더 먹었다고 반응이 달라졌다. 다시 한번 시도해 본다.
"왜~ 노래에도 나오잖아.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그러자 아이가 말한다.
"알고 계신대잖아. 근데 왜 보러 와? 이미 아는데?"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올해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어봤다.
"붕어빵"
1,000원짜리 선물이 받고 싶어서 1,000원어치만 말을 들으려나 보다. 내년에는 조금 더 비싼 선물 받고 조금 더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
보너스 에피소드
"엄마 사랑해 안 사랑해?"
"안 사랑해."
"너 이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시겠다."
"왜? 안 사랑하는 게 나쁜 행동은 아니잖아."
쩝. 언제 이렇게 컸냐. 나보다 말을 잘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