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닮은 너

어떡하면 좋니

by 김채원

첫째 딸은 나를 쏙 빼닮았다. 이건 모두 남편 때문이다. 신혼 초에 나랑 싸우기만 하면 남편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너 닮은 딸 낳아서 키워보면 내 맘 알 거다!!"

진짜로 날 닮은 딸을 낳아 키우게 되고 가장 후회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내 딸 = 남편 딸' 임을, 나 닮은 딸을 낳으면 남편은 2명의 나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런 소리를 할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 같은 딸 낳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냐?"

이제야 말이지만 둘째라도 나를 안 닮아서 참 다행이다.


내 성격이 뭐 많이 안 좋은 건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예민하고 자주 불안해한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주변 사람도 힘들겠지만 가장 힘든 건 나 자신이다. 그걸 잘 알기에 날 닮은 딸을 볼 때면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가장 안타까운 건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동생이 우는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엄마 아빠가 몰래 싸워도 귀신 같이 알아채고 평소보다 더 예민해진다. 다른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하고 싶은 말도 꾹꾹 참는 모습을 보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나도 똑같으니까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


나는 남편과 잘 안 맞다. 당연히 우리 딸도 남편과 잘 안 맞다.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에 딸은 상처를 받는데, 정작 남편은 자기가 상처를 줬다는 걸 설명해 줘도 모른다. 속상해하는 딸을 끌어안고 둘이 같이 엉엉 울다 보면 동지애가 생긴다.

눈물이 많은 것도 닮았다. 요즘 유치원에서 졸업식 노래를 배우고 있다는데, 가사가 너무 슬퍼서 몰래 울었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떤 부분에서 눈물이 났냐는 말에 <우리 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가 너무 슬프다며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이 나랑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났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이 녀석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이 많다. 나보다는 덜 예민하면 좋겠는데 가만 보면 나보다 더 예민한 것 같다. 이미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는 없지만 최대한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맨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한다. 다행이다. 내 마음이 전해져서. 그럼 너는 엄마를 얼마큼 사랑하는지 물었다.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코끼리 똥만큼 사랑해."

코끼리가 똥을 많이 싸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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