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에 생각만큼 엄청난 감격은 아니었다. 덤덤하게 필요한 서류를 챙겼다. 돌봄 교실 신청을 위한 재직증명서와 보험료 납부 확인서까지 꼼꼼히 챙겼다.
신입생 예비소집일 하루 전, 아이는 유치원에서 예비소집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 왔다.
"엄마, 내가 가는 초등학교가 OO초등학교지?"
"우와,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이 다 알려주셨지."
아이는 잔뜩 기대하는 것 같았다.
오늘, 드디어 초등학교 신입생 면접일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아이를 하원시켜 아이가 입학할 초등학교에 데리고 갔다. 아이는 하루 사이에 많이 변해있었다.
"엄마, 나 무서워. 학교 무서워."
"학교가 무서워? 학교 무서운 곳 아니야. 괜찮을 거야."
"학교 무서워."
"안 가 본 곳이라 걱정 돼?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너무 긴장한 아이는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 하고 무섭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럴 때 보면 우리 딸은 정말 나랑 똑같다. 나도 낯선 곳, 낯선 사람을 겁내는 편이다. 이 친구가 나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 많이 안타까우면서도, 얘는 정말 내 딸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다.
지정된 교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면접을 시작했다. 무섭다던 아이는 막상 교실에 들어가자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아이는 선생님의 물음에 또박또박 대답했다.
"이건 몇 개야?"
"4개요."
"이건 무슨 색이야?"
"빨간색이요."
그러다 아이의 말문이 막혔다.
"아솜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
말문이 막히는 타이밍까지 엄마랑 똑같다.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은 쉽게 하는 한 편, 자신의 생각이나 기호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아직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내가 늘 그렇듯이.
초등학교 교사로만 살다가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대부분의 1학년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충분히 잘 해내는 걸 지켜봤으면서도, 막상 우리 아이가 입학을 한다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낯선 화장실은 잘 안 가는 아이라 화장실은 잘 갈 수 있을지, 아직 젓가락질이 서툴어 스스로 밥은 잘 먹을지, 친구들이랑은 잘 지낼 수 있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이 쓰였다.
면접을 끝내고 나오다가 유치원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아솜이는 면접 선배(?) 답게 친구에게 의젓하게 조언을 했다.
"면접 쉬워. 걱정 말고 잘해."
그러자 그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나 뭐 달라진 거 없니? 나 미용실 다녀왔는데."
역시 애들은 엄마 생각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었다.
나오는 길, 교문에는 온갖 학습지 회사에서 학습지를 홍보하러 나와있었다. 선물을 받아가라, 설명 좀 들어봐라, 체험판을 신청하라며 야단 법석이었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학습지, 메타인지가 중요하다는 학습지, 빅데이터에 기반한 문제 출제를 한다는 학습지, 초등학교 교과서를 몇 년째 만들고 있다는 학습지까지. 겨우 학습지 밭을 빠져나왔더니 아솜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그러더니 얼른 집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했다. 공부는 무슨 공부냐며 눈도 오는데 나가서 놀자는 나에게 아솜이가 답답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엄마! 그러다 내가 학교 가서 뒤처지면 어쩌려고 그래?"
학습지 회사들의 마케팅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