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를 볼 때면 꼭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친구였는데, 이전 학교에서는 진달래, 민들레와 친했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듣고 친구 하나 없는 시골에서 꽃을 벗 삼아 살다왔나 했는데 친구가 말을 이었다. 단짝 친구 두 명의 이름이 '진달래'와 '김민들레'였단다. 친구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진달래는 진 씨라서 이름을 달래라고 지었다 쳐도 김민들레는 좀 이상하지 않냐?"
이상하게 민들레를 볼 때마다 "김민들레는 좀 이상하지 않냐?"고 말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민들레라고 답하는 사람은 아직 못 만났다. 민들레는 길가에 흔하게 피어있는 꽃이라 그런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뭐랄까, "좋아하는 꽃이 민들레라니 좀 이상하지 않냐?" 이런 느낌이다.
지금 한창 벚꽃 시즌이다. 나무마다 흰분홍 벚꽃이 가득가득 피어있는 건 물론이고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또 인기곡 순위에 올랐다. 그런데 모두가 벚꽃만 쳐다보고 있을 때 잠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가 민들레밭을 만났다. 흔해빠진 민들레도 이렇게 가득 피어 있으니 선명한 노란색만큼이나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벚꽃이 파스텔톤 설렘 가득한 사랑이라면 민들레는 선명한 자유, 용기, 평화 같은 느낌이다. 초록잎과 노란 꽃의 조화는 기분을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민들레는 아무데서나 잘도 핀다. 솜털 같은 씨가 바람에 날려 자리 잡은 곳이면 그곳이 아스팔트 틈새든, 보도블록 사이든 신경 쓰지 않고 노란 고개를 내민다.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에는 이런 민들레의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민들레는 민들레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민들레는 민들레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
이런 곳에서도 민들레
민들레는 민들레
혼자여도 민들레
둘이어도 민들레
들판 가득 피어나도 민들레
꽃이 져도 민들레
씨가 맺혀도 민들레
휘익 바람 불어
하늘하늘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
벚꽃은 길가에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매일 같은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벚꽃길인지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에 마음마저 살랑이지만 어쩐지 너무 뻔한 설렘이다.
반면 민들레는 어디에 펴 있을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산책하다 민들레를 만나면 유난히 더 반갑다. 여기에 피어도, 저기에 피어도, 혼자 피어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부럽다.
민들레만 보면 생각나는 그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다. 김민들레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김민들레든 이민들레든 박민들레든, 민들레는 모두 민들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