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더 오해받는 우리 집 5세 이야기
우리 집 8세와 5세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이 먼저 인사를 하더라도 대답을 안 할 확률 99%. 엄마인 나는 그런 상황이 참 난감하다.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네주신 분들께 아이들이 낯을 가려서 그렇다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인사하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도 해 보지만 불편한 마음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다행히 공간이 엘리베이터라는 것. 우리 집이 18층이니 길어도 20층 정도의 시간만 참으면 어색한 공간에서 해방될 수 있다.
낯만 가리는 게 아니라 도도하기까지 한 우리 집 5세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이집 친구를 만나도 인사를 안 한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아는 척이라도 하더니 졸업한 뒤로는 반갑게 인사한 친구에게 "누구더라?"라는 소리를 해댄다. 어린이집 친구 아빠에게 미안함은 온전히 내 몫이다. 다행히 그럴 때마다 친구 아버님이 쿨하게 "누구더라는 무슨 누구더라야?? 자꾸 모르는 척할래??" 하며 웃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어제는 5세와 둘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오른쪽 구석에는 성인 남성 1명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4세로 추정되는 남아와 그 아이의 엄마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왼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4세 남아는 우리 집 5세 여아와는 달리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 것 같았다. 5세 여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녕?"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걸 받아줄 리 없는 우리 집 5세는 멀뚱멀뚱 서 있었다. 멋쩍어하며 엄마의 얼굴과 우리 집 5세의 얼굴을 번갈아보던 4세 남아, 한 번 더 심기일전하며 말을 걸었다.
"안..녕?"
우리 집 5세 여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4세 남아의 엄마가 나에게 물었다.
"3살이에요?"
"아니요. 5살이에요."
"어, 어머! 죄송해요."
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 4세 남아와 그 엄마는 황급히 내렸다.
우리 집 5세는 뱃속에서부터 작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기검진을 갈 때마다 아이가 주수보다 작아서 속상해하면 원장님은 "낳아서 키우면 돼요!"하고 희망을 주셨다. 뱃속에서 안 크던 아이는 태어나서도 잘 안 컸다. 3살 때는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신기해하셨다.
"몇 개월인데 이렇게 잘 걸어요?"
"음.. 몇 개월인지는 모르겠고 3살이에요."
"3살이요? 나는 이제 돌이나 된 줄 알고 그랬지."
아무튼 4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말도 안 하고 있으니 키 큰 3살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인사를 안 받아준 건 우리 집 5센데 죄송하다는 말까지 들으니 더 미안했다. 4세 남아와 그 엄마가 내리자마자 우리 집 5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엄마, 나는 그냥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건데 저 이모는 내가 말을 못 하는 줄 알았나 봐."
우리 집 5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그때까지도 오른쪽 구석에 서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성인 남성 한 분의 눈이 두 배로 커지는 걸 나는 봤다. 그렇게 말을 잘하는데 왜 "안녕?"과 "안녕하세요?"만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