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5세가 알려드립니다.
우리 집은 넓지 않다. 그렇다고 깊지도 않다. 그런데 청소할 때만큼은 우리 집이 넓고 깊게 느껴진다. 청소는 왜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버릴 물건은 왜 버려도 버려도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 휴직 기간을 맞아 거의 이사 가는 사람의 마음으로 청소를 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몇 시간이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니 하루에 정리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 조금씩 정리하다 보니 드디어 그곳까지 오게 됐다. 남편의 보물창고가 있는 곳.
이곳에는 아무리 봐도 이름도 용도도 모르겠는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다. 물론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주말에 남편과 협상을 시도했다.
"이거 버려도 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안 된다고 했다. 이렇게 민첩한 사람인지 몰랐다.
"이게 도대체 뭔데?"
남편이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줬지만 나는 듣자마자 까먹었고 지금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
"이거 쓴 적 있어?"
남편의 동공이 갈길을 잃었다.
"이게 집에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 봐."
남편의 입도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 거야?"
"맞아, 바로 그거야."
남편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찾아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까지 아끼는 걸 보니 버릴 수는 없겠다. 대신 다른 걸 버리기로 했다. 몇 년 전에 내가 버리려고 시도했지만 남편이 집에 무거운 물건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못 버린 그것. 아령을 버리자고 해 봤다. 남편은 아령은 버릴 수 있다고 했다. 신기하게 생긴 물건에 우리 집 8세가 관심을 가졌다. 한번 들어보겠다더니 그 무게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우리 집 8세에게 아령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출근하는 남편이 아령을 들고나갔다. 어제 그 무시무시한 무게를 경험한 8세가 눈을 똥그랗게 뜬 채로 그 무거운 걸 왜 들고 가냐고 물었다. 남편은 누구에게 주기로 했다며 아령을 들고 사라졌다. 남편이 나가자마자 우리 집 5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아빠가 무거운 걸 들고 누굴 죽이러 간대요."
8세와 나는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누굴 주기로 했다는 말이 누굴 죽이러 간다는 말로 와전되는 것처럼 헛소문이 퍼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들은 것이라고 다 믿지 말고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걸 우리 집 5세를 보고 배운다. 혹시라도 우리 남편이 누굴 죽이러 간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해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