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유치원 적응 못 했나요?

우리 아이는 이제 겨우 적응한 듯합니다.

by 김채원

벌써 7월이다. 코로나로 유치원이 5월말에 개학했으니 다섯 살 아솜이가 유치원에 다닌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일주일 정도면 유치원에 완벽히 적응하고 잘 다니고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등원은 눈물겨웠다. 집에서의 준비는 늘 순조로웠다. 좋아하는 원피스에 구두까지 고르고 원하는 머리스타일까지 주문해 한껏 신이 나서 콩콩 뛰며 집을 나섰으니. 유치원에 가는 길도 늘 즐거웠다. 쌩쌩 달려가다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가끔은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유치원에 도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유치원에 들어서면 아솜이는 갑자기 내가 고목나무로 보이는지 매미처럼 내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다. 입구에서 열 체크를 하는 선생님이 "안녕? 예쁜 옷 입고 왔네. 신발 갈아 신자." 하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도 아솜이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고 내 다리를 더 세게 끌어안는다.

"아솜아, 신발 갈아 신자. 오늘도 엄마가 1등으로 데리러 올게.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으면 엄마 금방 만날 수 있어."

"싫어 싫어.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엄마아아아아아. 엄마아아아아아아아."

결국은 울음이 터진다. 유모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13개월 둘째는 뭘 안다고 또 따라 운다.

"엄마아아아아"


이렇게 난처할 수가 없다. 그 사이 등원 차량이 도착한다. 등원 차량에서 완두콩 같은 아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혹시 다른 아이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유모차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바짝 붙인다. 아솜이야 원래 내 다리에 붙어 있었으니 더 붙을 것도 없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떼굴떼굴 굴러 들어가고 유치원 입구에는 또 우리 세 모녀와 선생님만 남는다. 결국 아솜이 반 선생님이 직접 나오셔서 아솜이를 번쩍 안고 들어가신다. 어떤 날은 정성이 갸륵하니 한 번 들어가 준다는 표정으로 새침하게 안겨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 품에서 발버둥을 치며 "싫어 싫어어어어어어 엄마아아아아아"하고 울면서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울면서 헤어진 날은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예민한 편에 낯도 가려서 다른 친구들보다 적응하는데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울어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하원 할 때는 늘 기분이 좋았다는 거다.

"짠! 이거 비타민이야! 선생님이 줬다! 오늘 영어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뮤직큐~ 큐큐큐~웃기지? 오늘은 피터팬 반에도 갔다 왔어."

이런 걸 보면 유치원이 싫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씩씩하게 손 흔들며 유치원에 들어가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가 우리 아이보다 더 심하게 울고 떼쓰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이상한 위로를 받기도 했던 날들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솜이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번 주 월요일, 최후의 발악이었는지 온 힘을 쥐어짜 내 오열을 하고 발버둥을 쳤다. 너무 울어서 목에서 쇳소리가 나고 얼굴이 벌게지고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팔다리를 흔들고 몸통을 비틀어대며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20분을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아 결국 그 상태로 선생님이 안고 들어가셨다.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데도 멀리서 아솜이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던 날이었다. 그러더니 다음날부터 거짓말처럼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가기 싫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드디어 적응이 끝난 것 같다. 정말 고생했다. 나도 아솜이도, 그리고 유모차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이솜이도. 기념으로 한 달이 넘는 적응 기간 동안에 꼭 지키려고 했던 나름의 원칙을 적어본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1. 유치원에 꼭 보내기.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가 울고 떼를 써도 유치원에 꼭 보내야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둘째가 어려 육아휴직 중이라 가기 싫다는 아이를 굳이 유치원에 밀어 넣고 오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유치원에 꼭 보냈다.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유치원은 꼭 가야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마 '최후의 발악'을 했음에도 유치원에 가게 된 날, 아솜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 깨달은 게 아닌가 싶다.


2. 가기 싫은 마음 이해해주기.

사실 나도 그렇다. 출근하기 싫은 날이 얼마나 많던가. 평소보다 할 일이 많은 날이나, 동료나 상사가 꼴도 보기 싫은 날은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아니, 그보다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없어도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날이 많다. 출근하고 싶었던 날이 있긴 했을까?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다. 유치원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해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단체 생활이다 보니 규칙도 지켜야 하고 친구들이 많으니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도 없고 친구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을 거고.

"그래. 가기 싫을 수 있어.", "엄마랑 헤어지기 싫구나.", "눈물이 날 수 있어.", "괜찮아.", "울어도 돼.", "그래도 잘 다녀와. 갔다 오면 엄마가 재미있게 놀아줄게." 한 달 동안 정말 많이 했던 말들이다.


3.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기.

솔직히 인정한다. 속으로는 비교했다. '다른 애들은 다 잘 다니는데 우리 애는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우는 상황에서 아이를 달래다 보면 "다른 친구들 봐봐. 우는 친구들 아무도 없잖아. 창피하게 왜 울어. 뚝. 들어가자." 하기 쉽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울고 싶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은 유치원 가는 게 좋은가 보지. 나는 싫으니까 우는 거잖아. 엄마는 내가 울어서 창피해?' 하는 마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얼마 전, 7월 계획안을 받았다. 7월의 행사를 쭈욱 살펴보는데 세상에나, 여름방학식이 있었다. 유치원에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방학이야? 우리 아이는 이제 막 적응했는데, 쩝.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면 마스크에 가려진 선생님과 친구들의 미소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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