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를 잊게 만들지

성공할 때까지 도전

by 김채원

아솜이가 요즘 뽀로로에 빠졌다. 하루 종일 뽀로로에 나왔던 노래를 흥얼거리고, 뽀로로에 나왔던 것들을 따라 해 본다. 가끔은 똑똑 박사 에디가 되어 발명을 하겠다고 방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힘센 로봇 로디가 되었다며 로봇처럼 말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뽀로로를 틀어달라고 하길래 음성 인식 기능을 써서 "유튜브"라고 외쳤다. 텔레비전 화면에 유튜브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자기도 직접 유튜브를 외쳐보겠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5살짜리의 발음은 기계가 알아듣기 어려웠다.


"유튜브"

"잘 모르겠어요"

"유튜브"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유! 튜! 브!"

"이태원"


몇 번의 실패를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다시 외쳤다.

"유튜브"

한 번에 유튜브가 켜졌고 아솜이는 시무룩해졌다. 오기가 생겼는지 다시 해보겠다고 했다.

"유튜브"

"이태원"

"유튜브"

"이태곤"


이번에는 남편이 "유튜브 실행"이라고 외쳤다. 또 바로 켜졌다. 아솜이도 질세라 다시 도전했다.

"유튜브 실행"

오, 드디어 켜졌다. 아솜이는 팔짝팔짝 뛰며 자기도 이제 어른이 됐다고 기뻐했다.


그 뒤로도 음성 인식과 아솜이의 밀당은 계속됐다.

"유튜브 실행"

"확실해"

"유튜브 실행"

"BTV는 이미 실행 중이에요."

"유튜브 실행"

"이태곤씨해"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걸 못 견디는 아이라 지켜보는 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저러다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리모컨이라도 집어던질까 봐 긴장이 됐다. 그런데 의외로 아솜이는 침착하게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유튜브 실행"을 외쳤다. 그리고 마침내 유튜브가 켜지면 환호성을 질렀다.

"성공!!!!!"


한 번의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를 잊게 만들었다. 아솜이는 매일 유튜브 켜기에 성공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들처럼 성공할 때까지 시도하는 게 아솜이가 매일 성공하는 비결이다. 문득 나도 아솜이처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려울 것 같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게 열 번째일지 스무 번째일지 그것도 아니면 백 번, 이백 번을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알고 계속 도전을 한단 말인가.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은 다섯 살 아솜이에 비해 길지 않아서 어렵겠다는 얄팍한 핑계를 대 본다.


그러다 또 문득 아솜이가 아직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포기하고 엄마에게 넘겨주면 좋아하는 뽀로로를 더 빨리 볼 수 있는데도 직접 하려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포기를 모르는 아이. 좀 멋있다. 그런데 한 번의 포기도 없는 삶이란 게 존재하기나 할까? 분명 언젠가는 아솜이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포기를 해야 하는 날이 생길 것이다. 아솜이가 지금처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해보는 끈기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시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아, 일단 나부터 좀 그런 사람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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