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미술 놀이 직접 해 봤더니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지 3주가 지났다. 그동안 아이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엄마표 놀이', '집콕 놀이'를 얼마나 검색했던가. 최근에는 집에 있는 소품을 이용해 '아무 놀이'나 하고 인증을 하는 '아무 놀이 챌린지'도 유행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 '아무 놀이 챌린지'를 한 번이라도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진짜 '아무 놀이'는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엄마표 놀이'를 검색하면 미술 놀이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 미술 놀이 결과물의 퀄리티가 꽤 높다. 놀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 아이의 손 보다 엄마의 손이 더 많이 간 것 같다. 실제로 그나마 간단해 보이는 미술 놀이를 몇 개 따라 해 봤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쉬웠던 것들 위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를 위한 미술놀이인가
놀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기 위해 '엄마표 놀이'를 검색하는 순간, 놀이를 선택하는 것은 엄마의 몫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지'보다는 '엄마가 해주고 싶은지'가 기준이 된다. 물론 엄마는 우리 아이 수준에 맞고 우리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엄마 취향이 아닌 놀이는 제외, 뒷정리가 어려울 것 같은 놀이는 제외, 결과물이 예쁘지 않을 것 같은 경우는 제외, 그러다 보면 아이보다 엄마에게 잘 맞는 놀이를 고르는 경우가 생긴다.
놀이를 고르고 나면 엄마는 아이와 놀이를 할 계획을 세운다. 아이가 잘 때 미리 준비해놔야 할 것들을 체크하는 것부터 결과물을 예쁘게 찍어 sns에 올리는 것까지. 밑그림도 그리고 가위질도 미리 해놓고 아이를 유혹한다.
"짜잔~"
아이가 놀이에 흥미를 보이면 다행인데 관심도 없는 경우는 좀 곤란해진다. 놀이를 준비하는데 들인 시간과 공이 아까워 쿨하게 포기가 안된다. 아이에게 제발 한 번만 해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시작을 할 때도 있다.
시작을 했다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한 것과 다른 모양을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여러 색을 섞어 똥색을 만들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어떨 때는 우리 아이의 실력이 내 기대에 못 미쳐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몇 번 하다가 재미없다고 등을 돌려버릴 수도 있다. 엄마는 이미 놀이의 계획을 세워놨으므로 이 모든 상황이 못마땅하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엄마도 만족하지 못하는 놀이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인가
엄마표 미술 놀이가 전부 실패였던 건 아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워하고 엄마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놀아주며 결과물까지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일 엄마표 놀이를 검색하고 준비하고 놀이하고 뒷정리하는 일을 감당하는 일은 힘들다. 그러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날, 아이가 더 즐겁게 놀기도 한다. 한 번은 아이가 혼자 조용히 놀고 있길래 봤더니 색종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 날 아이가 한 놀이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색종이에 물 뿌리기
(색종이가 물에 젖어 색이 변하는 게 신기함)
2. 젖은 색종이 찢기
(마른 종이를 찢을 때랑 느낌이 달라서 재미있음)
3. 젖은 색종이 널어서 창가에 말리기
(젖었던 색종이가 다시 마르는 게 신기함)
4. 놀이했던 색종이 잘게 찢어서 여기저기 뿌리기
(그냥 신남)
이런 게 바로 아무 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무 놀이 챌린지'를 검색했는데 이런 놀이가 나왔다면 나는 이 놀이를 선택했을까? 아닐 거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시시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놀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애써서 계획하고 준비한 어떤 놀이보다 이 놀이를 더 즐겁게 한 걸 보고 깨달은 바가 있다. 놀이의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는 것.
하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한적한 바닷가에 데리고 갔다. 엄마의 욕심으로는 바다도 보고 하늘도 보고 가는 길에 피어 있는 꽃도 보길 바랐다. 아이는 자갈밭에 앉아서 돌멩이를 주웠다가 던졌다가 쌓았다가 무너트리기를 반복했다. 그 날은 그렇게 보냈다. 고개를 조금만 들면 하늘도 바다도 볼 수 있는데 그깟 돌멩이만 보고 있는 게 영 못마땅했지만 아이는 즐거워했다.
엄마표 놀이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루를 엄마표 놀이로 가득 채우려고 하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어떤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지 아이가 결정하게 하고 엄마는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에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러다 한번씩 엄마가 준비한 특별한 놀이를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직 개학이 2주나 남았다. 매일을 알차게 보내려는 욕심이 지나치면 빨리 지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것 같은 날에도 아이는 많은 것을 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