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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돌고래 Jan 13. 2019

태몽이란 게 존재한다면, 거북이

새벽의 육아잡담록 14

1. 

하루가 태어나기 3달 전, 기이한 꿈을 연달아 꾸었다. 이중 한 꿈을 태몽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태몽이란 게 존재한다면 말이다. 


태몽이란 게 정말 있을까, 그걸 꾸면 알기는 아나, 생각했는데, 의미는 알 수 없으나 꿈을 꾼 당일, 이건 복권(속물이라 죄송합니다) 아니면 태몽이구나, 하고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2. 

아내가 집에 거북이 세 마리를 데려온다. 뜬금없이 거북이를 데려오면 현실에선 이상한 일이나 꿈이라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꿈속에서 꿈임을 잘 알아채는 편인데 깜빡 속고 말았습니다).


나는 거북이 세 마리를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데려온다. 크기에 큰 차이는 없다. 어느새 세 마리가 일렬로, 나란히 정렬한다. 왼쪽의 두 마리는 흔하게 보는 진한 녹색 거북이다. 


맨 오른쪽 거북이는 밝고 누르스름하다. 굳이 비슷한 색을 꼽자면 5만 원 권에 햇살 한 움큼 넣은 느낌이다. 두 거북이보다 1.3~1.5배 크며 등껍질은 튼튼한 기와집같이 사방이 두껍고 촘촘하게 각이 져있다. 그 모습에 묘한 풍류가 느껴져 한참 쳐다본다.


3. 

밝고 누르스름한 거북이는 얼굴에도 희한하게 각이 져있다. 잘생겼다. ‘이야, 이런 거북이가 세상에 있나’, 라고 한참 생각한다.


한 손으로 잡아 배를 간지럽히며 논다. 옛날이야기 속에 나올 법한 불 뿜는 거북이처럼 생겼으나 의외로 유순한지 히히, 히히, 하며(실제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그리 느꼈습니다) 팔을 바둥거리며 움직인다. 싫지 않은 듯하다.


등껍질이 도탑고 사방으로 묘하게 각이 진 모습이 신기해 두 번, 세 번 눈이 간다. 배의 문양은 의미를 알 수 없으나 심오한 맛이 있다. 쳐다본다. 만져본다. 부드럽다.


등껍질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크기는 가로 21, 세로 21 정도다. 내 한 뼘이 대략 23cm 정도인데 한 뼘을 최대한 벌려 겨우 잡을 정도이니 그쯤이다.


녹색 거북이 한 마리는 변기 뒤쪽으로 숨어버리고 또 한 마리의 녹색 거북이는 욕조의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지금 생각하니 미안합니다. 현실에선 그리 잔인한 성격은 아닌데).


나는 밝고 누르스름한 거북이만을 손에 쥐고 있다. 


4.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가 있고 다 해석 가능하다 생각한다. 운이라 부르는 것이든 재앙이라 부르는 것이든 말이다. 


다만 인간은 알파고가 아니기에 수 만 가지 변수를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해서, 그냥 운이라 부르고 재앙이라 부른다 생각한다.


마치 차를 몰고 갈 땐 교통체증의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헬기를 타고 위에서 보면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 


으응? 


그러고 보니 인간은 해석 못해도 지금은 알파고가 있잖아?!


5.

꿈에 대한 가설은 상당수 존재하고 비밀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프로이트 시대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뇌과학적, 생물학적 접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2013년에 자는 동안 뇌를 스캔해 꿈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줄 정도니 말이다(궁금하신 분은 현재 교토대학 정보학 연구과 교수인 유키야스 카미타니의 논문을 참고해주시길. 영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제가 어떻게 참견할 수 없는 일이라 죄송합니다).


‘인간의 꿈’은 물론 ‘마음’까지 읽고 판독하는 기술은 곧 지구를 정복할 것만 같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가 모두 뛰어들어 있고 엄청난 진보를 이루고 있는 중이라


(구글은 경고하는 쪽이었습니다. 이 기술이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사람들을 착취하고 조종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지요....... 저라면...... 흐흐흐) 


나 따위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오랜 기간 꿈을 꾸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걸 즐겨왔기에 잘 해석한다 생각했다. 


스스로 꾼 꿈 중 80%는 현실 욕망의 반영이거나 외부 자극, 수면의 기능 중 하나인 뇌의 노폐물 청소 중 일어난 의미 없는 꿈이라 판단하나 이런 종류의 꿈은 나머지 20%에 속한다. 도대체 해석이 불가능하다.

 

정말 태몽이란 게 있는 건가, 있다면 이유는 뭔가, 생각하게 된다.

 

으음.


어쨌든 하루의 태몽은 이렇다, 라고 나중에 얘기해 줄 예정입니다. 거북이라서 다 느릿느릿하면 어쩌지, 라고 걱정되지만 뭐, 저도 그러니까 상관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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