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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돌고래 Nov 26. 2020

철인 3종 경기가 다시, 시작된다

새벽의 육아잡담록

1.

최근, 아내와 두 번째 사람을 만들었다. 


아내의 강압적 카리스마로 인해 피임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자(예:나)의 말로가 사뭇 기대된다. 


인간성을 잃느냐 마느냐, 만이 존재하는 냉혹한 이분법의 육아판에서 아내와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술렁술렁. 술렁술렁. 


2.

최근까지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는 사람의 심리를 당최, 알 수 없었다. 가장 놀라운 건 출전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의로 나간다는 점이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그런 경기를 처음 보면, 벌칙으로 생각한다(당연히도 말이지요). 전생에 한국에서 17대 대통령을 했다든가, 18대 대통령을 했다든가, 해서 받는 종류의 벌 말이다.


헌데 사람을 둘이나 만든 지금, 그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3.

작은 경험상, 육아는 세 가지 한계를 시험한다. 육체적, 정신적, 자본적 한계다. 


흔히 삶에서 힘들다 싶으면 저 중 하나, ‘와! 세다’ 싶으면 두 개가 동시에 오는데, 육아는 시시때때로 3개가 동시에 들이닥치기에 난이도가 어쩌라고, 수준이다.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간 지금, 휴가를 얻어 홀로 하루를 케어하고 있는데(나라에서 주는 법정 휴일은 10일입니다. 경험상 100일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만), 이틀 전 열이 38.7도까지 올라 아찔했다. 


아내가 있으면 교대로 잠을 자면서 케어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케어하다 지쳐, 열이 나는 애를 그대로 두고 자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싫다…!  


다행히 지난 3년간의 노하우를 쏟아부어 닥터 K도 한 수 접는 능력을 십분 발휘했으나 하루만 더 길게 아팠다면 먼저 뻗을 뻔했다. 


후아. 



참고로 닥터 K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랑 여러모로 닮았네요.


4.

이제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라 생각하니, 과연 상상을 벗어난 인생이 될 게 뻔하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일주일 후는 베프이자 막강한 동료의 귀환일이기도 하지만 둘째인 “하나”가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극한의 행복’을 경험하게 할 게다. 웃으면서 눈물이 나는, 극한의 행복. 희로애락이 모조리 들어간 최상급. 경험해 보았기에 이 점은 알고 있다. 


단, 공짜 점심은 없다. 극한의 슬픔, 극한의 분노도 온다. 


아아. 


인간 존재의 시험장에 더욱 깊숙이 다가갈 줄이야.  


5.

아마도 나는, 앞으로의 삶에서 큰 도박이 걸린 설득을 할 때 이러지 않을까. 


‘저 실은...’


‘어이, 돌고래 양반. 나이도 물만큼 문 양반이 어디서 개아리를 틀고 있어..!’ 


‘......’ 


‘쫄았나..?’


‘실은 아들이 둘입니다’


‘...!’


그러면 상대방은 나를 갑자기 안고는 폭풍 눈물을 흘릴 게 뻔하다. 육아하는 동년배 부모들 보면 갑자기 막 친절해지고, 오열하고, 뭐, 그렇다. 


글타. 


다시, 시작이다.



출산 다음날 아침, 동생의 우는 소리에 달려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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