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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지않는돌고래 Oct 30. 2020

결혼운과 육아운이 망했을 때, 수면교육 라이징 1

새벽의 육아잡담록

1.

인간은 신체적, 정신적 난제를 만났을 때 하루 8시간 자고, 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마음 나눌 사람이 있으며, 여유 시간이 적절히 주어지면 마약 파티를, 아, 아니, 방법을 찾아내고 레벨업을 이루어낸다.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으면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하면 중요한 것이 보인다. 중요한 것이 보이면 집중하고, 집중하면 봐야 할 것을 본다.


보이는 걸 보는 인간이 아니라, 봐야 할 것을 보기 시작한 우리는 얼마나 강했던가.


그럴 때, 삶은 도전이자 모험이 된다.


그. 런. 데. 말. 입. 니. 다.


2.

문제는


최. 소. 한. 의 동료

최. 소. 한. 의 시간

최. 소. 한. 의 돈


이라는 삼박자가 갖추어져 있을 때, 그렇다. 최소한의 동료가 없으면 엇나가고, 최소한의 시간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고, 최소한의 돈이 없으면 불안에 오염된다. 삶의 전후관계가 총체적으로 엉망진창이 되는 게다(삼박자가 다 망한 좋은 예: 나 그리고 당신).


똑같은 사건이 와도 삼박자에 삐꾸가 나면 삶을 음미할 여유가 없어지므로, 흥미진진한 모험이 되어야 할 사건은 무의미한 고통으로, 두근거리는 도전이 되어야 할 사고는 끝없는 터널이 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인간은 성찰을 통해 성숙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 무서운 점은 경험치가 레벨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 후, 어릴 때와 달리 성격만 더러워지고 레벨업이 더딘 우리네 삶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던 거쉬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인생’을 게임으로 내놓으면 ‘이거 누가 설계했냐, 밸런스 그지 같네’라는 말을 듣기 적절한데, 그중 육아라는 선택 퀘스트는 ‘므야. 화살 하나 주고 용 잡으래. 파티도 안 잡고 왔는데...!(파티란 어려운 몹을 잡기 위해 게임 내에서 팀을 만드는 행위입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난이도다.


동거, 임신, 결혼, 이혼 같은 기타 선택 퀘스트와 달리 리셋이 안 된다는 점, 라이나 무배당 OK 실버보험도 아닌데 한 번 시작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0세부터 20세까지 보장!, 앗차차, 하면 0세부터 평생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또한 육아 퀘스트의 부적절한 난이도에 한 몫하고 있다.


삶의 페이소스가 묻어나면서  육아의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는 자료 사진... 이 없어 걍 폰에서 대충 꺼내 어둡게 한 사진.


3.

인류는 묘한 존재라, 모든 밸런스가 붕괴된 상태에서도 누군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누군가는 기록을 남겼기에 난제를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해서 인생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면 ‘그건 인류 대대로 내려오는 선지자들의 고객약관을 안 본 니 책임이지!(고전이나 역사 등등이 이에 해당합니다)라고 할 게 뻔하다.


자. 자. 자.  


집중.


그렇다고 자빠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의 동료, 최소한의 시간, 최소한의 돈이 있다 해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신기루마냥 사라지기 쉬운 육아 퀘스트와 마주했을 때, 우리는 당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번 얘기했던 “육아 무재능자를 위한 단 하나의 룰”은 최소한의 동료 확보를 위한 금언이지만(육아는 부부 사이만 좋으면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긴 합니다만), 그지 같은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는 게 만고의 진리, 망고도 진리 아니던가(... ... 제가 망고를 좋아한다는데 뭐 어쩌란 겁니까).


육아운은 곧 결혼운과 직결되는데 아쉽게도 결혼 자체가 운칠기삼이다. 얼마나 빡세게 연애를 했든, 얼마나 길게 동거를 했든, 얼마나 달달하게 결혼 생활을 했든, 육아라는 세계에 들어오는 순간, 다른 마음, 다른 능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장을 해봐야 ‘어라? 나 직원일 땐 무능의 선지자였는데 사장되니 쩌네?’ 라고 알 수 있듯, 자식이 생겨봐야 ‘어라, 나 개망나닌 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임감 쩌네?’ 라고 알 수 있는 법, 그걸 알고 결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해서, 육아운 역시 운칠기삼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자. 내 아내도 남편이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나랑 결혼할 리 없지 않았겠는가. … 응?   


여튼 결혼운이 망해서 육아운도 높은 확률로 망했다면, 최. 소. 한. 의 동료운이 망한 셈이다. 고로 최. 소. 한. 의 돈 혹은 최. 소. 한. 의 시간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헌데 시간이 돈이 되고 돈이 곧 시간이 되는 법.


글타.


육아를 하는 모든 인간이라면 악마와 영혼을 바꾸어서라도 갖고 싶은 그것.


잠 잘 자는 아이.


또는


수면이 있는 삶.


그거 내가 함 해봤다.


설레발은 여기까지, 본편은 심신을 깨끗이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추신: 수면 교육에 도전한 이유는 하루(내 자식)가 인류 역사에 길이남을, '해도 해도 이건 너무하네 이 자식아',라고 할 정도로 수면 패턴이 개차반이었던 신생아였기 때문이다. 고로, 이 영광은 모두 너에게 돌린다. 커서 로또 걸리면 엄마랑 잘 상의한 후에 나 줘라.  



추신 2: 수면교육의 비기는 관련 책을 10권 정도 읽은 후, 잘 응용하면 된다. 헌데 주위에 갈쳐 준 후, 성공한 이들이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떠받들길래 우리 부부는 그냥 그렇게 냅두고 있다. 나중에 우리가 만든 것처럼 종교를 만들어 한몫 잡기 위해서다.


양심상, 고백하자면 응용에 매우 유용한 책으로


똑게육아 (김준희 저 | 아우름 | 2015)

꿀잠자는 아이 (알렉시스 더비프 저 | 김진주 역 | 지식너머 | 2020)

잠들면 천사 (아네테 카스트 찬, 하르트무트 모르겐로트 저 | 손희주 역 | 타임북스 | 2013)

아이들의 잠 일찍 재울수록 건강하고 똑똑하다 (마크 웨이스블러스 저 | 김지현 역 | 아이북 | 2001)

엄마 뱃속이 그리워요 (하비 카프 저 | 윤경애 역 | 한언출판사 | 2011)

베이비 위스퍼 골드 (멜린다 블로우, 트레이시 호그 저 | 김수연 외 1명 역 | 세종서적 | 2007)

프랑스 아이처럼 (파멜라 드러커맨 저 | 이주혜 역 | 북하이브 | 2013)


... 이 있으며, 다 읽기 힘들면 "똑게육아"와 "꿀잠자는 아이" 두 권만 정독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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