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육아잡담록-인간관계 유전자에 관한 고찰
1.
2025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이 아내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그 목소리는 마치 은하수 반대편에서 전송된 것처럼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어머님, 하나가 윤이(가명)라는 친구와만 놀려고 해요."
윤이가 없는 날, 하나는 미트볼 파스타에 미트볼이 없는 것처럼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날이면 스스로 고립을 선택, 선생님이랑만 논다. 바다에서 종족을 잃고 홀로 남은 돌고래가 자신만의 주파수로 노래하는 것처럼.
(돌고래는 살고 있는 바다에 따라 언어가 다릅니다!).
2.
특이한 것은, 첫째 하루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우리 유치원에는 헌법, 아니, 교칙을 개정한 유일무이한 사건이 하나 있다. 이는 하루와 건이(가명)의 ‘화장실 물보라 땡땡이 사건’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 개요는 이렇다.
하루와 건이가 유치원 놀이 시간에 3분의 간격을 두고 쉬가 마렵다고 교실을 빠져 나갔다(후에 알았지만 이는 둘이 모종의 사인을 거친 후, 교감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전이었다).
선생님은 놀이 수업에 집중하는 본연의 업무 중, 깨달았다. 두 아이가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당연히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찾기 위해 화장실로 간다. 다가갈수록 믿기 힘든 고주파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화장실 문 앞에 선 선생님은 우주의 모든 공간에서 물보라가 휘날리는 듯한 배경에(모든 물을 다 틀어 놓았다고 합니다), 두 명의 재즈 뮤지션이 즉흥적으로 무아지경에 빠져 연주하는 것처럼 놀고 있는 만 5살 아이 두명을 볼 수 있었다.
... ...
‘화장실 물보라 땡땡이 사건’ 이후, 우리 유치원에서는 한 사람이 돌아오고 나서야 다음 사람이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교칙이 개정되었다.
당시, 둘의 친밀도가 과도해 내년에는 떨어트려놔야하나… 선생님이 깊이 고민해주었다.
재작년 사건으로, 둘은 여전히 잘 지낸다.
3.
최근, 더 기묘한 일이 있었다.
하나의 단짝, 윤이가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 동안, "투명 하나(?!)"를 데리고 다닌 사건이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양을 쫓는 모험』의 양처럼 실체가 없으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방식으로.
"여기 하나 자리예요."
"하나도 같이 가고 있어요."
"하나랑 밥 먹는 거예요."
하나는 그 자리에 없음에도(당연히 한국의 유치원에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여행 기간 내내 평행우주의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나중에 윤이 어머니는 하나와 같이 여행을 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고, 윤이 아버지는 아이가 망상증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한다.
둘은 여전히 잘 지낸다.
4.
인간은 대부분 어릴 때 "단짝"이 있기 마련이지만 하루와 하나는 정도가 심해, 아내는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나로선 이런 행동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즉, 두 녀석의 DNA 속에는 '특정 인간'에 대한 '과도한 친밀감 지수'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게 나의 가설이다.
나로 말하자면 꽂히는 친구가 생기면 마치 팩맨이 오직 쿠키를 먹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이듯(팩맨의 노란점은 쿠키입니다!... 라고 비유해도 요즘 친구들은 팩맨 안 해봐서 모르려나...), 그 친구를 쫓아다녔다.
한 반에 있다가 다음 해에 다른 반이 된 친구는 1년 내내 쉬는 시간에 찾아갔고,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 꽂힌 해에는 하교를 같이 하기 위해 20분 거리를 매일같이 왕복, 집까지 데려다 주고나서야 귀가를 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처럼 당연했다(후자는 초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 …
나는 이런 삶의 결말에 대해 알고 있다. 마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돌고래가 지구의 파괴를 미리 알았듯이.
5.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극소수의 친구들과 필요 이상 많은 비밀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사회적 의미의 출세란 것을 하려는 순간, 마치 윤석열이 계엄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먼지로 만들려다 스스로 먼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우주의 먼지처럼 날려버리려 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그러니까 30살, 늦어도 35살 전후에 깨닫는다.
'아, 친구 땜에 출세는 물 건너갔구나... 국정이나 농단하고 국회에서 동료들을 배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살 줄 알았는데.. 우리는 서로 핵폭탄을 들고 있구나.'
해서 35살 즈음, 결론 내렸다. 우주의 근본 법칙은 다음과 같다고.
"과도하게 친밀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큰 권력을 가질 수 없다. 권력자가 가장 먼저 제거하고 싶은 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식 덕 보려 했더니 다 틀렸다. 음지에서 일하지만 양지를 지향하는 가풍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듯하다.
추신: 해리포터 케잌 앞에서 해리포터 놀이 중인 하루와 하나. 요즘은 둘이 과도하게 친해서 걱정이다… 형제로 안 자라서 형제의 세계는 잘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