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시키지 않은 글쓰기
4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다. 나는 아기가 낮잠을 자면 글을 써보기 위해 거실로 나와 이렇게 타이핑을 친다.제한시간 1시간 30분 , 아이패드 두 개를 열어 하나는 아기 침대 카메라를 지켜보고,나머지 하나 키보드가 달린 이 아이패드를 열어 글을 쓴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은 김치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면 글이 잘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치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를 되짚어 보니, 내 인생의 여러 기억들이 김치와 엮여 있었다.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김치에 대한 나의 애착, 그 속에 담긴 일상과 추억들이 자연스레 글이 되어 나온다.
사실 나를 두고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근거 없는 착각을 하고 살았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스스로도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창시절 부터 나는 오래도록 이렇게 무언가를 끄적이며 살았고, 심지어 아기를 낳고 난 뒤에도, 아기가 자는 가장 소중한 이 시간에도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나는 이 빈 화면에 검은 글씨를 하나하나 채워 넣는 것이 참 좋다. 마치 무언가 대단한 걸 창조해낸 기분이다. 흐르는 시간을 검은 글씨로 붙잡아 두는 느낌, 그 흔적이 나에게는 중요하다.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나간 하루는 마치 빈 화면처럼 허전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이렇게 한 줄이라도 남기고 나면, 하루가 채워진 것 같은 개운한 마음이 든다.
이곳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거의 처음으로 써보고 있다. 글을 쓰면서 남을 의식하며 쓰는 글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내가 글을 얼마나 못쓰는지 심각하게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조금씩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반가운 글'을 쓰고싶고 '따끔거리는 글'을 쓰고 싶다.
"반가운 글"은 나만 알고 느끼는 감정과 생각인줄 알았는데, 타인도 그 마음을 똑같이 느끼며 살고 있다는 것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글이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가 수많은 작가님들에게 반가움을 느꼈으니 나도 누군게에게 반가움을 줘야 한다는 뭐랄까 은혜를 갚는 심정이랄까?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
"따끔 거리는 글"은 마음이 따끔 거리면서, 따뜻해지며 마음에 품었던 못된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 쓸수록 내 생각을 풀면 풀수록 사실 별것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고 있다.
오늘도 제한시간은 1시간 30분. 아기가 두번째 낮잠을 자는 이 시간이, 글을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유다. 육아와 아기 돌보기 외에는 별다른 일 없는 하루 속에서, 나는 내 안에 무엇을 끌어올려 그런 멋진 글을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사실은 자신은 없다.
그래도 언젠간 써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