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끼니를 지켜주는 김치
육아휴직으로 세끼다 집에서 해결하고 있는 나에게 김치는 쌀 같은 존재이자, 밥강도이자, 나의 메인 요리다. 아침 점심은 대부분 혼자서 해결하고 애기가 잘 때 식사를 한다. 대단한 요리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는 없고 배달은 혼자 먹기에는 너무 비싸서 안, 못 먹는다.
집에 맛있는 김치랑 쌀만 있으면 나는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절대 인스타그램에는 못 올릴 거의 김첨지 밥상 느낌이긴 하지만, 먹는 나에게는 임금님 밥상처럼 아주 흡족하다. 보통 김에 밥을 싸서 김치랑 한 끼 해결을 하고, 계란이 있으면 계란을 구운 뒤 케첩에 비비거나 간장에 비벼서 그 위에 김치를 얹으면 뚝딱이다. 또는 참치캔 하나를 열어서 김치랑 얹어먹으면 약간의 느끼함을 김치가 확 잡아 주니, 한 공기가 또 뚝딱이다. 집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 하면, 밥통에 밥을 꺼내 간창에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김치만 얹어먹어도 밥이 두 공기는 들어간다. 전날 먹은 남은 반찬은 사실 특식이다.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나는 김치가 필수인데, 늘 고맙게도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김치 덕분에 끼니를 잘 챙겨 먹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 친구 유니가, 유니의 친구 어머니가 파시는 무김치와 갓김치를 깜짝 선물로 보내왔다.
무김치는 약간 국밥집에서 파는 무인데, 국물이 아주 개운해서 어묵탕과, 파스타랑 잘 어울렸다. 마지막 무는, 무와 함께 국물을 밥그릇에 말아먹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갓김치는 정말 정석적인 맛이었다. “그냥 나 갓김치. “라고 말하는 맛이었다. 톡 쏘는 맛에, 정말 갓이 씹는 정도가 딱 좋게 제대로 익었다.
그전 주에는 친정 엄마가 고구마 줄거리 김치와 열무김치로 밥상을 채워주었다. 특히 고구마 줄거리 김치는 나의 최애 김치이다. 고구마 줄기의 기다랗고, 아삭거리는 식감 그리고 감칠맛 확 도는 멸치액젓에 청량을 팍팍 넣은 우리 엄마표 고구마 줄거리였다. 채소값이 올라서 고구마 줄기 한 대야에 6천 원씩 파는데 엄마가 용기 내어 샀다고 했다.
열무김치는 “정직한 맛”이 났다. 기교를 부린 단맛이 없고 너무 짜지 않고 열무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심심한 김치였다. 김치가 쉴까봐 내놓지 않고 먹었다. 쉬면 또 비빔국수를 해먹어도 맛있고 , 고추장에 비벼먹어도 너무 맛있다.
내 밥상에 김치는 그 자체로 메인 요리고,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주는 도둑보다는 더 쎈 날강도 같은 존재다. 주변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김치들이 내 배와 마음을 부르게 한다. 김치만 있으면 든든히 밥을 먹는 나는 이렇게 한 끼 한 끼 먹고 하루를 잘 넘긴다. 김치 덕분에, 나는 오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