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방의 김치냉장고

by 짠지
침대에 누워 한참 핸드폰을 보다 끄고 천장을 바라보고 누우니 , 침대 옆 작은 냉장고 소리가 들리기 시간 한다. 웅--웅-- , 물을 마시려 냉장고 문을 연다. 좁은 방안 차가운 기운과 함께 김치냄새가 원룸방안을채운다. 쉰 열무김치, 하얗게 곱이 낀 배추김치, 파김치 그리고 또 얼마 전 새로 온 김치가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나의 6평 원룸 냉장고는, 김치 냉장고였다.

29살에 나는 처음으로 자취를 했다. 회사 대출을 끼고, 매달 월급이 나오는 삶을 사니 비로소 자취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보증금같은 큰 돈은 한번도 수중에 쥐어본 적 없는 나는 20대 대부분을 기숙사에서 살다가 드디어 나만의 공간을 얻게 된 것이다. 집은 6평 남짓한 오피스텔로 좁았지만 나는 공한 서울의 커리어우먼이 된 기분이었다. 이사 첫날, 기숙사에서 짐을 빼고 이사를 해주러 엄마와 아빠가 올라왔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서울에서 일하다가 굶어 죽을 까봐 김치와 갖은 반찬을 한가득 바리바리 싣고 올라오셨다. 밤이 되고 이사를 마친 우리 가족은 작은 원룸 방안에 이불을 여러겹 깔고 깔고 누웠다. 이 작은 방이 일억 오천이 넘는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욕을 실컷 하다가 결국에 착한 울 엄마 아버지는 서울에 이렇게 잘 데가 있는 곳이 생겨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며 같이 잠이 들었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아빠와 내가 깨든 말든 아직 자리도 못잡은 밥솥을 찾아 밥을 안치고 뚝딱뚝딱 출근하는 내 밥상을 차리셨다. 나는 정신 없이 아침 밥을 챙겨먹고, 엄마는 열심히 먹는 나를 좋아하시며 "너는 늘 뭐든 맛있게 먹으니 밥차릴 맛이나"라는 단골 멘트를 하시고 나는 먼저 회사로 향했다. 엄마 아빠는 내가 나간 뒤에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해온 반찬에 또 몇가지 더 반찬을 만드시고 내려가셨다. 퇴근 후 돌아오니 냉장고 위엔 쪽지가 붙어있었다." 밥 잘 챙겨 먹어라 ,건강한 게 효도야" 집에 돌아와 밥을 우걱우걱 퍼먹었다.


엄마는 그 후로도 해줄수 있는게 반찬 밖에 없다는 말을 하며, 늘 엄청난 양의 김치와 음식을 택배로 붙여주셨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니 야근도하고, 밖에서 맛있는 것도 사는 날들도 생겼다. 밖에서 먹어가는 음식이 생길수록,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들이 조금씩 시들어가거나 맛이 변하기도 했다. 엄마는 다른건 몰라도 김치는 절대 버릴 것이 하나 없다고 하셨다 . "김치가 이상해지면 씻어먹어도 되고, 맛이 너무 시면 볶아먹어도 되고, 된장찌개에 넣어먹으면 돼","그걸 못할 것같으면 다음에 서울에 올라갈 때 가져갈 테니 절대 버리지 마라”고 하셨다. 결국 김치만큼은 계속 계속 모아 두게 되었다.


어느 날 밤 물을마시려 냉장고를 열어보니 , 원룸의 작은 냉장고엔 김치가 한가득 있었다. 하나 하나 사연이 담긴 김치들, 그리고 쉰 열무김치, 하얗게 곱이 낀 배추김치, 파김치 그리고 또 얼마 전 새로 온 김치. 김치가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한 우리 엄마, 그리고 김치를 볼때마다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내 원룸 작은 냉장고는, 그렇게 김치냉장고가 되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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