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블루스 in 캐나다 #3 : PGT 결과

미안. 내가 널 너무 쉽게 봤던 것 같아.

by 킴치만두

PGT로 보내기 전까지의 흐름.


21개를 뽑았는데... 5개만 살아남았다고? 그때부터 나는 뭔가 쎄-함을 느꼈던 것 같다. 만 38세 같은 37세에 뽑은 아이들이긴 하지만, 채취난자의 4분의 1만 포배기 도달. 그것도 6-7일 배양이 대부분. 그나마 그것도, 첫날 전화에서는 3개만이 포배기에 도달했다고 들었고, 4개의 배아가 아직 발달 중이라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그중에 몇 개나 현실적으로 희망이 있어 보여?"라고 물었더니 2개 정도?라고 대답을 받았고... 그 2개가 7일 배양으로 추가된 것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공식들을 대입해 봤을 때 (80% 수정, 그중 60% 포배기, 4-50% 통배), 그래도 9개 정도는 포배기 도달, 그중 절반은 4-5개 정도는 PGT 통과배아를 얻겠군 하고 막연히 희망회로를 돌리는 중이었는데. 포배기 도달한 게 5개라면..? 2-3개의 통과배아를 얻으면 최선이겠다 싶었다. 너무 실망적이었지만, 주변에서는 똘똘한 녀석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괜찮다고 날 북돋아주었다. 만 36세에 8개 채취해서 6개의 통배를 얻은 동료가... 주변에서 이런 케이스만 봐왔기에, 난 시험관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내게 금방 아기를 안겨줄 줄 알았다.


널 너무 쉽게 봐서 미안해... 배아들아 제발 좀만 더 힘내줘.


그렇게 나의 5 배아 샘플은, 나의 걱정과 희망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PGT 보낸 후, 2주간의 기다림.


1년 같고, 10년 같았던 하루하루. 매일매일 기도하고, 매일매일 나의 배아들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100년 같았던 10일이 지나, 클리닉에서 전화를 했다. 데스크 근무 중이었는데, 후다닥 워크룸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널스의 바닥에 쫙 깔린 목소리를 들으니, 결과가 예상이 되었다 ㅠㅠ


5개 중에 1개가 통과되었고, 3개가 불통, 1개가 검사 결과가 안 나왔다고. 게다가 통과된 배아의 등급이 6CB... 아니 5AA가 불통이라니?????? 그게 가능한 건가요? ㅠㅠ 나머지 1개 결과가 안 나온 애를 해동해서 다시 검사를 보낼 것인지와 다음 절차를 상의하기 위해 주치의와의 예약을 잡아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왈칵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고, 업무로 돌아갔다. 직장인의 시험관은 갑자기 스케줄 잡고 하는 것도 힘들지만, 직장에서의 멘탈관리가 제일 힘든 것 같다.


온라인 포털에 올라온 검사결과지를 들여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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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안 하고 그냥 넣었으면 어쩔 뻔..?


참고로,

2번 Day 7 6CB

3번 Day 6 5BB

6번 Day 7 5BB

7번 Day 6 6BB

10번 Day 5 5AA


염색체 이상번호가 여러 개 붙은 것에 굉장히 놀랐고. 가장 기대를 걸었던 5일 배양 5AA가 다운증후군 번호를 갖고 있었다는 게 가장 후덜덜. 미인계에 당할 뻔. 7일이나 걸린 하등급의 배아가 유일한 통배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해, 불행이라고 해야 해...?


검사결과가 안 나온 3번 배아를 위해 인터넷 서치를 해봤더니, 해동하고 재검시하고 재동결하는 거에 배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불통이 많은 상황에서 테스팅 없이 이식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고, 무료로 재테스트해 주는 거라고 해서. 나머지 한 개를 재검사하기로 결정했다.


3번 배아 검사결과를 받을 때쯤 해서, 주치의와의 예약을 잡아놨는데. 그 사이 받은 결과는... 역시나 불통이었다. 안젤만 증후군 위험이 있는 15번 염색체 이상이었다... 두둥. 아 인생 쉽지 않군.




2025년 2월 19일, 주치의 면담.


1개의 하급 통배를 들고, 주치의와의 상담에 들어갔다. 주치의의 얼굴이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ㅠㅠ 주치의는 결과가 조금 disappointing 하지만 괜찮다고 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물었더니, 굉장히 솔직하게... "난자의 질"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우리 주치의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ㅎㅎㅎ "채취를 또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요?"라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각 batch마다 by luck이라고 했다. 아직 희망이 있군.


이제 다음 질문: "6CB도 임신/출산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나요?" 상담에 앞서, 남편과 나는 엄청 고민했다. 이 한 개로 먼저 이식을 진행할 것인가, 한번 더 채취를 해서 통배를 모을 것인가. 인터넷엔 실제로 6CB로 임신한 사례가 있었고, 배아등급은 그냥 뷰티콘테스트일 뿐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들도 있지만.. 의학 기사에 따르면 임신/Live birth 확률이 25%대였던가 그랬기 때문이다. 내가 이 25%의 소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주치의가 결정을 도와주길 바랐지만, 주치의는 여러 옵션을 제공할 뿐 어느 것이 더 낫다 등의 조언은 해주지 않았다. 주치의는 6CB로도 충분히 임신할 수 있다고도 했고. 만약 채취를 한번 더 한다면, 조금 다른 프로토콜을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단,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


하루라도 젊을 때 채취를 한번 더 할까 생각도 했지만, (남편 보험에서 커버되긴 해도) 2천만 원이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고, 2주간 주사 맞고 채취하고, 기다리는 이 전체 프로세스가 쉬운 일은 아니기에... 우리는 결국 25%의 기적에 우리의 운을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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