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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희 Jan 31. 2019

엄마와의 추억 노트를 제작하는 7가지 이유

곧 오픈할 크라우드 펀딩 기획 배경이자 엄마에게 바치는 글

*텀블벅 펀딩 성공을 기원하며 제품 기획부터 제작, 판매 경험까지 브런치에 남겨볼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텀블벅 펀딩을 준비하는 다른 창작자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성지순례 글이 될 거야. 왜냐면 내 텀블벅 펀딩은 성공할 거니까! (그리고 먼 훗날 이 글은 삭제된다..)



3월에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제품을 출시하려고 요즘 한창 바쁘게 살고 있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 시간을 짬 내어 만들고 있는 건 노트다. 그냥 노트는 아니고,


엄마와 80가지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기록물.


이 기록물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사연과 생각들이 있다. 갑자기 번뜩 '나 이거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난 건 아니고, 작년부터 들었던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 연결된 결과물이다. 철없는 내가 왜 '엄마'라는 주제로 물건을 만들게 되었는지, 많은 형태 중에서도 왜 하필 기록물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된 7가지 생각(이자 사연이자 이유)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돈도 생기고 여유도 생기니까 그제야 엄마가 보이더라.

빼박 20대 후반이 되었다. 회사생활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일이 서툴러서 하루 종일 정신없는 신입사원 시절과 다르게 이젠 요령도 부릴 줄 아는 사원이다. 돈이 생기니 생활에도, 마음에도 여유도 생겼다. 늘 설레고 불안정할 줄만 알았던 연애도 좋은 사람과 오래 연애하니 잠잠하고 편한 상태가 되었다. 모든 것이 잘 짜 맞춘 톱니바퀴처럼 째깍째깍 굴러가니, 그제야 엄마가 생각났다.



#2. 엄마도 더 이상 젊지 않다

엄마도 어느덧 늙으셨다. 몇 년 전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 뒤로도 다리가 잘 붓고 불편하신가 보다. 무릎이 안 좋아서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수영도 꾸준히 하고 계신다. 쉬는 날이면 쉬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오느라 바쁘다. 최근엔 필라테스 50회권을 끊으셨더라.


장난반 진담 반으로 '엄마는 소녀야, 소녀.' 하는데, 엄마는 마음도 많이 약해졌다. 사춘기 소녀처럼 자그마한 일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기도 하시고, 자식 걱정 남편 걱정에 울기도 많이 우신다. 최근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엄마가 너무 마음을 쓰시길래, '엄마, 그런 일로 너무 신경 쓰고 울면 안 돼.'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엄마는 그 와중에도 홀짝홀짝 우셨다.


엄마를 꼭 껴안으면 작고 마른 체격이 느껴진다. 종종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 아빠는 당연히 나보다 먼저 가실 테고, 그게 당연한 건데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진득하게 느껴졌다.



#3. 동생은 군대에 갔고, 집엔 엄마 혼자다.

나보다 6살 어린 동생이 드디어 군대에 갔다. 나도 회사 때문에 서울에 나와 살고, 아빠는 해외출장이 잦으셔서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신데, 이제 동생마저 없으니 집엔 엄마 혼자다. '골칫덩어리 동생이 군대 가면 차라리 낫겠다' 말씀하셨으면서도 막상 동생마저 없으니 집이 너무 썰렁하다고 하셨다. 워낙 겁이 많은 엄마는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문도 두 번, 세 번 잘 잠겼는지 확인을 하신다. 최근엔 도둑이 집에 들어와서 엄마를 쫓는 꿈을 꾸느라 너무 무서워서 파르르 떨며 잠에서 깼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내가 잘할게 엉엉.



#4. 엄마랑 뭐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엄마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잘 놀아야지! 하는 생각에 2018년 목표 중 하나를 효도로 세웠다. 처음엔 엄마랑 이것저것 했다. 엄마랑 산책도 하고, 엄마랑 백화점도 가고, 또... 음.. 몇 개 해보니까 그다음에 엄마랑 뭘 하고 놀아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봤지.

- 넌 엄마랑 뭐 하고 놀아?
- 등산? 우리 엄마는 등산 말고는 딱히 좋아하시지 않던데. 카페 가는 것도 싫어하시고..
- 음...


그런데 친구들도 모르더라. 친구랑, 애인이랑 놀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은 많아도 엄마랑 논다고 생각하면 등산밖에 생각이 안 난다는 거다. 친구랑 갔던 곳이 너무 좋아서 엄마랑 가려고 해도 엄마는 시큰둥하시고, 엄마랑 카페 가서 이야기를 해도 엄마는 집에 가고 싶어 하시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왜 엄마랑 노는 건 어려울까? 내가 생각해 본 이유는 2가지였다.


1) 엄마는 노는 것에 돈 쓰기를 꺼려하신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엄마와 외식을 하면 기분이 상했다. 엄마가 꼭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이다.

- 초희야, 김치찌개는 엄마가 한 게 맛있다 그치? 여긴 너무 비싸고 양도 적고..
- 스파게티가 2만 원이나 해? 이거 다음에 엄마가 집에서 해줄게. 집에서 하면 만원도 안 들 텐데.

부모님 세대보다 여유 있게 자란 우리는 카페에서 고작 차 한잔, 케이크 한 조각 먹는데 2만 원을 턱턱 잘도 내지만, 엄마에겐 아직 그런 소비가 서투르다. 때론 이해도 안 가고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지금 내 즐거움을 위해선 몇만 원 정도는 돈 쓸 준비가 되어있는 나와 달리, 엄마는 이왕이면 아껴서 살림에 보태 쓰고 싶으신 것이다.


물론 나도 엄마가 해주는 밥, 엄마와 집에서 오붓하게 먹는 커피 한 잔이 너무 좋지만, 때로는 엄마랑 색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고, 몰랐던 취향도 알아가고 싶다. 여기에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은데. 엄마, 나 그러려고 돈 버는 거야.


2) (나에게) 엄마는 까다롭다

엄마랑 놀 땐 꽤 신경 쓸 게 많다. 엄마가 피곤해하시진 않은지, 다리가 아프실 것 같으니 주변에 조용히 쉴 만한 카페가 있는지, 조미료를 많이 쓰는 식당은 아닌지, 요즘 인기 있는 영화라도 엄마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인지, 가방과 쇼핑백이 무겁진 않은지 등등. 친구랑 놀 때, 애인과 놀 땐 몰랐던 새로운 신경 쓸 거리가 생긴다.




#5. 엄마랑 놀거리 좀 누가 알려줬으면

커플 버킷리스트, 커플 데이트 코스는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잘 나오던데. 엄마랑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주는 콘텐츠는 그렇게 많지 않더라. (혹시 이런 콘텐츠가 모여진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플 콘텐츠



 #6. 럽스타그램은 많은데 왜?

인스타그램을 보면 #럽스타그램 #남자친구 #여자친구 해시태그가 참 많다. 예전엔 비트윈 어플을 쓰는 커플이 참 많았고, 요즘엔 인스타그램에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둘만의 사진공간으로 쓰는 커플도 꽤 많은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럽스타그램 숫자가 후덜덜


근데 왜 엄마랑 논 걸 기록하는 계정은 안 보이지? 이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엄마와 나의 데이트를 기록하는 인스타 계정을 팠다.

▲엄마와 나만의 인스타계정



#7. 기록하게 하는 힘

작년 말에 갑자기 메모지에 꽂혀버렸다. 29cm 스토어에서 산 메모지가 덕질의 발단이었다. 하루에 물을 몇 잔이나 마셨는지, 스트레칭을 몇 번이나 하였는지 기록하게끔 구성된 메모지였는데, 하나씩 색칠하는 재미에 빠져 이 메모지를 쓰려고 물을 마셨다. 기록을 워낙 좋아하는 나를 더 기록하게 하는 요소를 분명 갖고 있었다.

▲기록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 메모지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페이지를 채우고 싶게끔 하고, 그래서 더 기록하게끔 하는 기록물의 매력! 나는 닥치는 대로 메모지를 사모으기 시작했고, 기록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엄마랑 추억을 기록하게끔 하는 기록물이 있으면...? 엄마랑 더 놀고 싶어 지고 더 기록하고 싶어 지지 않을까?






그래서 만들게 되었다. 그러니까, '엄마와의 추억록'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드는 '노트'다. 나처럼 이제야 엄마한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뭘 해야 엄마랑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는 사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거다. 효도하고 싶지 않은 자식이 어딨을까, 엄마와 추억을 만들기 싫은 사람이 어딨을까, 잘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이 이야기에 공감할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노트를 선보이고 싶다. 어떻게 만들어야 예쁘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한창 고민을 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다. 아직 형태도, 제목도 보여줄 순 없지만 이 편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브런치에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불효자들은 주목하십시오.


제가 만든 제품을 보면 사고 싶을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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