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 어쩌다가 장가계에

장관입니다, 절경이고요

by 김촉

장가계 가 보셨나요?

중국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인 비자 발급 비용을 일시적으로 면제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미국 대선을 견제하는 정책이다, 국제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다 등등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나라를 여행하는 데 대체적으로 비자 무적인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중국을 방문할 때에는 유료 비자 발급이 꼭 필요했었다. 그런 중국에서 비자 발급 비용을 면제한다니! 이 기회에 중국 여행을 계획해 볼까 잠시잠깐이나마 스치듯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국. 우리 세대는 일상에서 ‘대륙의 OO’와 같이 반은 농담으로 부르는 데 익숙한 나라이다. 젊은 한국 사람들은 출장이나 학업 때문에 방문하는 것 외에, 하고많은 전 세계 여행지 중에서 하필 중국을 선택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여 간다고 한다면, 골프를 치러 가거나, 상하이의 야경을 보러 가거나, 만리장성이 있는 수도인 북경 정도면 갈 만하다고 하겠다. 젊은 한국 사람이 중국 여행지 중에서 하필 장가계를 갈 일이 흔할까. 나에게 장가계란, 예부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하고 놀다 어느덧 환갑 예정이 된 동창생들끼리 모임 돈을 모아서 삼삼오오 방문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또는 뭐, '장관입니다, 절경이고요.' 정도?


그러나 3박 4일의 짧은 기간 다녀온 장가계에서 만난 풍경들은 내 인생에 커다란 지표가 되었다. 장가계 여행을 간다고 하니 ‘그 나이에 하고많은 여행지 중에 왜 장가계를 가냐’, ‘젊은 애가 웬 장가계냐’고 의아해하던 사람들에게 나는 ‘이걸 왜 50~60대에 보는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가셔야 한다.’는 후기를 남겼다. 자고로 장가계의 풍경은 무엇보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 부딪히고 있는 젊은이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 이 좋은 걸 왜 님들만 보고 계신가요. 또 나만 몰랐지!



노쇼핑, 노옵션에 비행기 환승으로 3박 4일

“장가계가 그렇게 좋다는데, 갔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환갑을 2020년에 맞이하는 바람에, 야심 차게 기대했던 환갑 기념 해외여행을 계획수립 전단계부터 실패한 아빠가 몇 년간 노래를 부르다 올해는 꼭 가야겠다고 말했다. 부부 두 분이서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다녀오면 되겠다고 별생각 없이 흘려듣고 있었는데, 돌아온 것은 내 이름으로 4인 패키지를 예약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니 글쎄, 엄마 친구들도 아빠 친구들도, 이모들도 고모들도 다들 이미 다녀왔더란다. 중국말 하나도 못하는데, 둘이서 갈 수는 없으시단다. ‘저도 중국말은 초급인데요. 그리고 어차피 패키지로 가면 가이드가 있잖아요.’ 따위의 핑계들은 엄마의 환갑을 기념한다는 의미에 묻혀버렸다.


처음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열심히 계획하며 즐거워하던 시절은 사라져 버리고 귀찮음만 가득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장가계 여행을 가는 데 주저 없이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주변 30대들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갈 때는 꼭 패키지로 예약하라고 했던 조언들이 한몫을 했고, 정말로 중국어가 초급이었기 때문에 중국 자유여행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검색해 본 결과 쇼핑이 많이 들어간 상품은 대부분의 시간을 라텍스나 장판 같은 것들을 사는 데 쓴다기에 과감하게 노쇼핑 패키지로 예약을 했다. 쇼핑센터와 이래저래 연계가 되어 있다는 가이드님들께는 죄송하지만, 가족 중에 가장 체력이 약한 나는 매일 산행을 하는 장가계 패키지에 쇼핑까지 하루 1~2회씩 하고 나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여행 중간중간 돈을 쓸지 말지, 저걸 볼지 말지, 저길 갈지 말지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서 노옵션 패키지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니 공항 미팅 시간이 새벽 5시란다.(미팅 시간 실화냐!) 해외여행하면 당연히 면세점 구경과 쇼핑이 기본인 세대이건만, 이른 비행시간과 더 이른 미팅 시간 덕분에 면세점이 문을 열지 않아서 노면세까지 쓰리(three) 노소비(노쇼핑, 노옵션, 노면세)를 달성하고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패키지여행은 일행을 잘 만나야 한다는데, 노쇼핑, 노옵션 패키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가족과 비슷한 성향이리라 생각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우리의 일행은 50대 후반의 친구들 모임이었다. 우리는 8명이서 오순도순 3박 4일 여행을 하게 되었다.


장가계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장사공항 등 국제공항에서 내려서 버스를 4~5시간 정도 타고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공항에서 중국 국내선 비행기를 환승해 장가계 공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역시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돈을 더 내고 비행기를 타서 시간을 아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기가 많았기에 과감하게 비행기 환승하는 상품으로 선택했다. 패키지는 안 그래도 버스 이동이 많을 텐데 처음과 끝을 버스 4시간씩으로 두기에는 너무 지칠 것 같았다.(거지체력 이슈) 결과적으로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여 연태공항에서 중국 국내선으로 환승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장가계까지 도착 소요시간이 4시간 정도로 여행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 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버스 이동 거리를 생각하여 필히 여행 기간을 4박 5일 이상은 잡아야 할 것이다. 비행기 환승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보이는 장가계의 풍경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그동안 여행했던 나라에서는 생전 본 적이 없었던, 정상이 평평하고 중턱에는 구멍이 뚫린 천문산이 보이는 풍경을 마주했는데, 공항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대륙의 풍경 덕분에 1도 기대하지 않은 채로 4시간의 비행을 했던 나는 그제야 장가계 여행을 조금은 기대하게 되었다. 장가계는 비가 수시로 내리고 그때마다 안개가 짙게 드리우는 지역이기 때문에 여행 동안 맑은 날을 맞이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그렇기에 천문산의 풍경을 입국할 때부터 볼 수 있었던 것이 꽤 커다란 행운이었다는 사실은 여행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한국어로 “몇 명? 몇 명?”이라고 말을 거는 중국 공항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깜짝이야, 발음이 너무 정확해서 놀랐지만 몇 명? 이후에는 중국말만 하더이다) 한국에서부터 꽁꽁 소중하게 품고 온 단체비자로 입국심사를 마치면, 그제야 처음 만난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았던 구멍 뚫린 천문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바로 타러 가는 것으로 패키지여행 시작이다. 아침 5시에 미팅하고 쉴 새 없이 비행기를 환승하고 왔으니 숙소에서 짐을 풀고 쉰다? 그런 나약한 젊은이의 여유 같은 것은 없다. 올라야 하고 보아야 할 산이 산더미다.



장가계 공항에서부터 보이는 구멍이 뚫리고 정상이 평평한, 천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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