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터진 마음을 확장하고 싶을 때
사실 둘째 날부터는 소오올직히 산은 다 비슷했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고 평소에 산에 관심이라고는 1도 없는 젊은이의 소감은 그랬다. 첫날 갔던 천문산과 비슷한 지형들의 향연이었다. 그럼에도! 물론 신기하기는 했다. 우리나라에는 없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문 지형인 데다 거대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가이드 아저씨가 이끄는 버스를 타고 원가계에 갈 때도 기대치는 솔직히 없었고 다만 신기한 지형들이 계속되겠지 하는 정도였다. 장가계는 대충 우리말로 ‘장씨네 동네’라고 한다. 진시황의 진나라 시대, 유방과 항우의 초한지 시대를 살던 ‘장량’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동네라 장가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연 무협지에 나올 법한 풍경을 가진 지역다웠다. 원가계는 ‘원씨네 동네‘로 지금은 아바타 1의 배경으로 더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막상 원가계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 아저씨는 아바타 1의 배경보다 더 추천할 곳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미혼대는 왜 미혼대일까. 보고 있으면 혼을 잃을 것 같다 하여 미혼대라고 한다. 미혼대에서 혼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미혼대를 구경하러 올라오기까지 수많은 봉우리들을 보게 되는 데에 있다. 이미 천문산과 천자산을 경험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원가계의 봉우리들은 이게 끝이겠지? 하는 기대를 여지없이 부수며 더욱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어필봉 등의 봉우리들과 원가계 풍경구를 질리도록 보고 나서 맞이한 맑은 풍경 속의 미혼대는 끝없는 거대한 카르스트지형의 연속이다. 그제야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저 산들과 봉우리들이 가진 시간들은 얼마큼인지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은 얼마큼인지 대하여 말이다. 나는 장가계 여행 중에 가장 인파가 많았던 미혼대에서 간신히 혼을 잃지 않을 만큼 머물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미운 인간들을 생각하고, 아등바등 그들과 부딪쳐가며 미움과 혐오가 만연해 콕 찌르면 욕이 절로 나올 만큼 좁아터져 옹졸해져 버린 나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바라본 눈앞의 미혼대에서 나는 내가 가진 미움과 혐오의 허무함에 대하여 생각했다. 산이 만들어지고 봉우리가 만들어지는 데에 걸린 세월은 얼마만큼일까, 그리고 저 산이 생기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내가 관광할 순서까지의 세월일까. 그에 비해 찰나에 불과한 나의 생애와 그중에서도 직장생활은 또 얼마나 짧고 부질없을까. 장가계의 풍경을 보기 전과 후의 나는 회사생활을 하는 데 마음가짐의 기본 세팅을 달리하게 되었다. 기껏해야 2년, 3년 함께 근무하는 직장 사람들을 미워한들 무슨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패키지의 장가계 여행은 비행기를 타는 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장가계 여행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맑은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일정 중에는 마지막날에만 비가 왔다. 덕분에 산 지형은 맑은 풍경을 모두 볼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보봉호를 보러 갔다. 비가 와도 배가 뜬다는 보봉호는 역시 중국 스케일답게 무려 인공호수라고 한다. 40명 정도가 들어가는 오픈형 여객선을 띄운 보봉호의 풍경은 가히 무협소설 속의 풍경과 같았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산봉우리와 비에 젖은 바위들을 지나는 배가 있는 풍경은 장가계 여행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기에 적당했다. 그야말로 중국 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보다 더 중국 스러울 순 없었다.
젊은 여자 한국인으로서 느낀 장가계 여행의 단점은,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고, 화장실이 좌식이라 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 화장실 외에는 모두 좌식이었으나 어디 인터넷에서 듣는 것과 같은 완전 푸세식(?)은 아니고, 세라믹으로 된 변기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중국인 관광객이 95%) 것을 생각하면 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청소 상태도 양호하고 깨끗하기도 하나, 나의 경우에는 학창 시절 학교 화장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행용 티슈를 챙기시기를 바란다.
장점은 환전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노쇼핑 상품을 선택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돈을 쓸 일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자잘하게 커피를 사 먹는다든지, 호텔 팁이나 마사지 팁을 줄 때도 원화를 사용했다. 현금이 떨어지면 토스페이를 통해 알리페이로 지불이 가능했다. 가게 사장님들이나 직원들도 ‘한국돈’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어 원화로는 얼마인지 친절히 설명해서 받아갔다. 비록 5%이기는 하나, 한국인 관광객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받는 마사지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거지체력 저질체력인 나는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를 받고 나면 다음날 근육통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특히 발마사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감사한 마음에 마사지사 분들에게 팁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까지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받는 마사지보다 저렴하고 효과도 매우 좋았다.
아마도 효도 of 효도여행의 일환이겠지만 장가계를 여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어른들이나 좋아하는 여행지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란다. 비슷한 산봉우리의 향연이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는 각자에게 반드시 있을 것이다. 꼭 맑은 날을 맞이하여 장가계의 풍경 속에서 좁아터진 마음을 확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