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우리 부부의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잠을 깊게 자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식사는 늘 서두르게 됐다.
무엇보다 아내의 몸은 임신과 출산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나는 운동을 오래 해온 덕분에 부상의 회복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인대가 찢어지고, 근육이 손상되면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그런데 출산은 단순한 부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다.
내가 계산해 본 최소 회복 기간은 2년이었다.
첫해는 상처가 아물고 몸이 기본적으로 회복되는 시간이다. 그 다음 해는 재활훈련처럼 잃었던 근력과 체력을 되찾는 시기다. 운동 부상도 회복 후 재활이 필수인 것처럼, 출산 후에도 ‘재활’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출산 후 몇 개월 만에 직장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다시 사회생활의 속도로 뛰어야 하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휴직은 단순히 아기를 돌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예전 대가족 시절에는 아기를 안아줄 손길이 많았다. 친척, 부모,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봐줬다. 하지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다. 아기를 돌볼 사람은 나와 아내, 둘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잠시라도 일을 쉬고 육아에 전념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쉽게 지쳐버린다.
나는 아빠의 육아휴직이 엄마에게는 회복의 시간을, 아이에게는 안정된 정서를 주고, 아빠 자신에게도 아이와 깊이 연결될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가 휴직을 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아내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아이와의 관계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하느라 놓쳤던 아이의 첫 걸음, 첫 단어, 작은 웃음까지 놓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제도가 모든 가정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회복 속도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자녀 한 명당 최소 2년은 쉬어야 엄마 혼자서도 아이를 볼 수 있는 체력이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대개 1년 이내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몸과 마음의 회복을 완성하기엔 너무 짧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육아휴직은 ‘희생’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쉬는 것은 경력 단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길이다. 아이는 부모가 주는 정서적 안정 속에서 자라고, 그 안정감은 결국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나는 믿는다. 육아휴직을 통해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서로의 회복을 도우며 살아가는 가정은 더 단단해진다. 그 시간 동안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평생 이어질 유대가 만들어지고, 엄마는 다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지금도 여전히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지만, 휴직 기간 동안 쌓은 경험이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 줄 거라 확신한다. 육아휴직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