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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필 Kimcine feel Sep 24. 2018

선생,님! 김봉두

먼저 살아간 누군가가 바라보는 또 다른 과거의 내 모습.



안녕하세요. 

오늘은 2003년도 개봉한 장규성 감독님의 연출작 선생 김봉두를 준비해봤습니다. 



아래 영상은, 제가 패널로 진행하는 전주교통방송TBN 라디오 진행음원추출입니다^^
음성과 아랫글이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해서 재미있게 감상하세요

(재미감상요소 : 시간이 지나도 늘지않는 타이밍, 내가 들어가야 하나라는 조바심에

길어지는 무음타임과 속 타는 진행자분. 아.... 계속되는 혼잣말과 반말.)






'봉투'와 '봉두'사이


선생 김봉두 역할에는 배우 차승원씨가 함께 했습니다.

영화는 ‘봉투’를 좋아하는 선생님 김봉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김봉투 김봉두~ 이름만 들어도 어떤 모습일지 그려집니다.

봉투를 좋아하는 불량교사의 면모를 보이던 김봉두는 어느날 그 꼬리가 잡혀,

시골의 한 학교로 전출을 가게 됩니다. 

1년 뒤 폐교 위기에 놓인, 학생수 다섯명이 있는 산마을 학교로요.




내가 말한 배춧잎이 그게 아닐텐데...


불량교사와 순수한 아이들의 만남이 되겠네요. 

갑작스런 오지마을 생활이 어떻게 적응이 잘 될지.

예상한대로 녹록치 않습니다. 

휴대폰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산골.

그리고 부모님들은 잘 봐달란 의미로 건네는 

그야말로 진짜 배춧잎을 선물이 전부입니다.

선생 김봉두가 원한건 그 배춧잎이 아녔을텐데요. 

그러면서 걱정되는게 어쨌든 아이들인데, 

과연 그러한 선생님에게 어떤 배움을 얻게 될지.

개인적으로, 제 학창시절에서 지우고 싶은 

몇몇 선생님이 계신데요.


지금 제가 글을 가지고 밥을 먹고 있다고 하면 놀라신 분들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받아왔더니,

이런거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하셔서 

정말 상처였어요.

당시, 선생님이 생각하시던

'이런거'와 '공부'는 무엇이었을까 되묻고 싶더라구요.

물론, 그 때는 그럴 용기도 없이

공부를 안하고 백일장 대회에 나갔던

더군다나 상까지 받아와 반 아이들을 숭덩숭덩한 분위기로 몰아간

제 잘못이 더 없이 크다고 생각했었죠.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어쨌든, 아이들은 김봉두 선생이 온 이후로 줄곧 -

자습수업만 해오죠. 

자습말고 수업을 해달라고 하면 곧바로 매를 들어 혼을 내는 김봉두입니다. 

(갑자기 다시 떠오르는 그 당시 나의 선생님...)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던 차,

왜 그런 선생님이 됐을까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알고보니, 

선생 김봉두에겐 아픈 어린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린 봉두의 학교에서 잡다한 일을 봐주던 소사로 아버지가 일을 했는데요. 

봉두의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너희가 공부 안하면 저런 사람 된다!라면서 

학교에서 일을 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가리키며 말을 했던거죠.

어린 봉두의 마음에 상처가 됐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산골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랑을 줄수가 없었겠네요.




하지만 뜻밖에도 아이들은 김봉두와 함께 한 순간을 행복해했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져야 폐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김봉두는 

모든 아이들을 서울로 전학시키기 위해 재능을 발견시켜 부모님을 설득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찌됐든 김봉두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던 거죠.



인생은 어차피, 어부지리

어부지리인 것 같던 어느날, 

한 아이는 꼬깃한 지폐 몇장을 봉투에 넣어 김봉두에게 전합니다. 

언제나 봉투를 좋아하던 김봉두였지만 

형편이 어렵던 아이가 건넨 그 '봉투'는 조금 달랐을 것 같네요.

그 봉투에 담긴 꼬깃한 돈보다도 아이의 진심을 느끼게 됐던거죠. 

그리고 어찌됐든 학교는 폐교에 이르러 

마지막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되고, 

졸업식날 김봉두는 이렇게 말하죠. 


'제가 아이들을 가르친게 아니라, 

순수한 아이들이 절 가르쳤어요.'




정말 때론 

우리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시선이 더 정확하고 맞을때가 있죠. 

그건 아마도 이기심이 없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 덕분이겠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른들이 해야할 몫이란것두요. 

누구나 어린시절 다친 마음의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아픔을 되풀이 하는게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아니란 거죠.


받은대로 돌려주는 앙갚음 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진 않을까 배려가 필요한 거죠.

그러다보면 언젠가 김봉두처럼

예상치못한 누구로부터 위로받는 좋은일도 생길거란 말씀과 함께

저는 또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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