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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Apr 11. 2024

배달을 끊은 이유. 자영업이 이렇게 힘듭니다.

감정노동자로 사는 것 (5)

월요일 저녁 퇴근 후에 뉴스를 보다가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 어느 정도로 이입이 됐는지 화가 나서 잠을 못 잤을 정도다.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은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배달 주문을 했던 손님이 빨대가 빠졌다고 전화를 했고 점주는 다시 배달기사를 통해 빨대와 사과의 의미로 케이크를 보냈다. 하지만 주소를 잘못 받아 적은 탓에 배달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이에 손님은 매장을 찾아왔고 빨대를 다시 보내주는 태도조차 불손했다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점주는 사과를 계속했는데도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는 손님에게 어떻게 하면 되겠냐 물었고 손님은 자기 앞에 무릎이라도 꿇으라고 했다. 점주는 얼른 손님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 손님은 무릎 꿇은 점주의 모습을 촬영하며 손짓까지 해가면서 이게 서비스직이냐, 이따위로 장사하지 마라, 이 동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냐며 큰소리를 쳤다. 인터뷰에서 점주는 상황을 빨리 끝내려는 마음에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이게 보도의 자료화면으로 보인 CCTV 속에서 일어난 5분 간의 일이었다. 뉴스로 보는 나는 그냥 몇 분일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5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 보도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단 빨대 하나 빠졌다고 그렇게까지 하는 것부터가 충격이었고, 점주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사과를 받지 않는 태도가 충격이었다. 손님은 자신이 무릎을 꿇려놓고도 점주에게 '넌 무릎 꿇는 게 편하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점주는 인터뷰를 통해 그 일 이후 지속적인 두통과 어지러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와중에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내용을 토대로 뉴스에 제보했고, 손님을 업무방해와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혼자 근무를 하는 시간에 바쁘고 다른 손님이 올지도 모르는 그 상황을 빨리 끝내려고 무릎 꿇은 마음이 백번 이해 갔다. 그리고 그런 씁쓸한 사실과 현실에 입안으로 쓴맛까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 역시 혼자 매장 운영을 하면서 배달앱에 등록해서 배달도 함께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달 전, 고민 끝에 배달을 끊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많이 떼이는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손님이었다.


내 매장 주변으로는 오피스나 병원 같은 곳이 많아서 주로 10잔 정도의 단체주문이 많았다. 혼자 있으면서 워킹 손님도 받아가며 배달로 들어온 각기 다른 메뉴 여러 잔을 만들어야 했기에 그 순간에는 똥줄 타듯 긴장한 채로 일했다. 배달은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름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배달로 많이 남기지 않아도 당연히 운영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10잔 주문이 들어온 한 병원으로 음료를 빠르게 만들어 보냈더니 전화가 와서는 다짜고짜 윽박을 질렀다. 자신이 주문한 대로 음료가 오지 않았다며 화를 냈다.


나는 혹시 몰라서 배달 전용 프로그램 화면을 보며 다시 확인했는데 잘못된 건 없었다. 분명 메뉴를 여러 번 확인해서 보냈는데 어떤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저는 아이스로 먹을 건데 핫이 왔잖아요. 이거 빨리 다시 만들어서 보내세요."


그분이 주문한 메뉴는 커피 핫 4잔 아이스 6잔이었다. 핫과 아이스는 어플에 옵션 선택이 따로 있었고 분명 본인이 옵션 선택을 하고 주문을 넣었는데 그새 마음이 바뀐 건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억지를 부려댔다.


"옵션 선택이고 뭐고 그건 사장님이 잘못해 놓은 탓이니까 다시 보내세요."

"그런데 손님. 분명 핫과 아이스 옵션을 따로 선택해서 직접 주문을 넣으셨잖아요. 주문지에도 그렇게 나와있고 손님 어플에서도 그렇게 나올 텐데요."

"아 그런 거 모르겠고 저는 핫 먹으려고 한 게 아니고 아이스 먹으려고 한 거니까 이거 빨리 다시 만들어 보내세요!"


보통 억지가 아니었다. 이런 사람은 키오스크로 자신이 주문을 넣어놓고도 음식이 잘못 나왔다고 따질 사람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실랑이할 시간이 없어 일단 음료를 다시 만들어 보냈다. 다만 그걸 다시 보내면서 처음에 들어왔던 주문지에다가 메모를 붙여서 같이 보냈다. 보시다시피 분명 메뉴 선택은 손님이 하신 거고 제 측에선 잘못된 게 없지만 오늘은 모처럼 따뜻해서 아이스커피가 당기는 날씨니 음료를 다시 만들어 보내니 맛있게 드시라는 메모였다.


배달비는 두 배로 들었고, 실수 없이 나갔던 커피는 그대로 버려지고 새로 만든 커피값까지 모든 게 손해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악의적인 리뷰를 달게 된다면 그 손해가 더 클 테니까. 그걸 아는 고객은 그 점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속이 상했다.


그날밤 잠 못 들었던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손님이 왕인데? 왜 현실은 이런 억지를 받아줄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러다가 나는 결심했다.

내가 죄송할 일이 아닌데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게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배달을 끊게 됐다.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뭐 어차피 배달 수수료나 배달비용 부분을 빼면 딱히 매출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 그냥 워킹 손님에 집중하자 마음을 다졌다.



요즘 사람들은 화가 많아 보인다. 그런데 그 화를 엉뚱한 곳에서 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서비스업 베테랑인 내가 손님 응대가 힘들어졌을 정도니까.

왜 이렇게 팍팍해졌을까. 대체 뭐가 문제일까.

뉴스를 본 이후 이런 생각을 많이 한 탓인지 이틀 동안 갑질하는 손님을 만나는 악몽을 꿨다. 꿈속에서 가슴이 터질 정도로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실제로도 눈물이 났는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더니 눈곱이 많이 껴있었다.


이런 일에 이토록 공감되고, 이입될 일인가. 조금은 허망했다.

자영업이 이렇게 힘들다.

 



출처: SBS뉴스

https://youtu.be/J80Z26LTpr0?si=sr6zvqw6JuSxul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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