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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Oct 17. 2024

커피집 사장이 좋아하는 영화

커피가 메인은 아니지만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한다.


카모메 식당의 메인은 오니기리라고 하는데 (게다가 맛있는 일본식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참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따뜻한 커피와 시나몬롤의 향이 나는 것 같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시나몬롤을 만드는 장면과 또 하나, 카모메의 주인장인 사치에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을 가르쳐줄까요?” 하는 남자 손님과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맛보는 장면이다.


처음 보는 한 남성이 카모메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한다.

주인장 사치에는 얼른 커피를 내드리고 한 모금 마셔본 손님에게 커피맛이 좋다는 칭찬을 듣는다. 그런데 칭찬하던 손님은 갑자기 커피를 더 맛있게 내리는 방법을 알려줄까 물어보고 뜬금없이? 하는 표정의 사치에는 그래도 궁금하긴 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남자 손님은 분쇄되어 필터에 담긴 원두에 손가락을 넣고 “코피 루왁”하고 주문을 걸고 천천히 끓는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잔의 커피를 맛본 사치에의 눈은 동그래지고 남자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맛있죠?” 묻는다. 커피란 원래 다른 사람이 내려주는 게 더 맛있는 법이라며. 대사에 묻어내진 않았지만 커피 내리는 사람의 정성이 맛의 포인트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내가 커피를 통해 보고 느끼는 것이 바로 그 정성이다.


이제는 한집 건너가 아니라 붙어있는 집집마다 커피점일 정도로 차고 넘치니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일이다. 그러니 커피를 주문받고 그라인더에서 분쇄한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아 탬핑하고 그것을 에스프레소 머신에 꽂아 커피를 내리는 뒷모습에서 나의 어떤 감정을 읽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나는 한잔 한잔 진심을 다하고, 정성을 다한다.

카모메의 주인장이 내리는 핸드드립처럼 오로지 내 손을 거쳐 내리는 커피가 아닐지라도 정성만큼은 "코피 루왁"이다. 커피가 맛있어진다는 그 주문처럼 말이다.


이미 오래전 이 영화를 봤을 때부터 나의 지금 모습은 예상되는 일이었을까.



비 오는 목요일 아침. 건물이 조용하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나는 오늘 아침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내 정성을 전할 사람들을 기다린다.

천천히, 따스하게 커피 향이 영화처럼 스미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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