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밖에 없는 비밀
후쿠오카의 저녁 풍경은 사람을 괜히 뭉클하게 만들곤 했다. 걷던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게 만들곤 했다.
특히 가만히 서서 보는 나카스 강의 저녁 풍경은 내게 형용할 수 없는 어떤 힘을 전했는데, 바로 그 순간 또다시 용기가 생겼다. 고백할 용기. 그때까지만 해도 내 상황에 대해서 아는 지인은 거의 없었다. 뭐 좋은 일이라고, 다 살기 힘든데 그런 마음으로 말하지 않던 사실. 하지만 평소 갑자기 방문하는 지인들이 꽤 많았기에 언제까지고 숨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폐업을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생각 정리를 하느라고 나카스 강의 포장마차 거리를 왔다 갔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 사이 몇몇 상인은 호객을 위해 나를 부르기도 했고 복잡해진 좁은 길에서 수 십 명의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기도 했다. 차라리 생판 모르는 이 사람들을 붙잡고 말하는 게 더 쉽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장사를 못해서, 망해서 폐업을 한 게 더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카스 강이 고백할 용기를 안겨준 이상, 내가 고백할 마음을 먹은 이상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SNS를 이용해서 한 번에. 내게는 그 한 번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는 정리된 생각을 텍스트로 옮겨 업로드했다. 정말이지 오랜만의 업로드였고 근황이었다.
숙소에 들어가 씻고 나와보니 이미 SNS 알림 창이 여러 개 떠있었다. 좋아요와 댓글, 메시지 같은 것들을 그 작은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알리고 있었다. 혼자 힘들어하다가 혼자 끝내버린 무심한 내게. 멀리 다른 나라까지 와서 연락이라는 보편적인 방식도 아닌 SNS를 통해서 알린 내게. 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과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긴 글을 부러 열심히 읽어주고, 내 아픔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영업을 하면서 내가 모든 것에 소홀해지며 멀어진 사람들이 있었다. 변명 같겠지만 1인 자영업자로 살다 보니 나 자신에게 조차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그 와중에도 내 상황을 이해해 주고 찾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내 삶이 잘못된 거라며 자책하거나 부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연연하지 않던 내가 연연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던 내가 스트레스받던 2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허기가 졌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나니 뱃속 허기가 비워졌나 보다.
나는 얼른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와서 냉동칸에 넣어뒀던 캔맥주와 크림브륄레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비밀 고백 후에 먹는 아이스크림과 맥주는 거의 악마의 조합이었다. 몸에는 좋지 않지만 맘에는 좋은 그런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