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면접이었다. 장사를 시작하고부턴 내 카페 내 공간이 내 커피 인생의 종착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어딘가에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고 면접을 보는 날이 오다니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이다.
폐업 사태를 겪고 넌덜머리 나는 현실에 당분간 커피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커피 쪽은 보지도 말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쿠팡 물류센터 알바라도 가야지. 실로 그런 마음을 먹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김커피라는 필명을 지을 때가 떠올랐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김커피로 살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주변인들에게 이름보다 더 이름처럼 불리며 입에 착 붙는 것이 커피라는 명사 자체로 나 자신이라 느껴졌다. 운명처럼 느끼던 커피라는 존재, 커피 그 자체라고 느끼던 나라는 존재. 억세게 운이 나빠 이런 일을 겪었지만 그것들을 버릴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다시 커피 내리는 일터를 찾아야지 마음을 먹게 됐고 그런 결심이 서자마자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바리스타 채용 공고를 살폈다.
하지만 경기 불황 때문인지 바리스타 채용 공고 자체가 많이 없었고 있다고 한들 대부분 시간대를 짧게 나눈 파트타이머를 구하는 곳뿐이었다. 그렇게 구직 사이트를 살펴본 게 3일째쯤. 모기업의 사내카페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음료제조와 응대, 매점 관리가 주 업무며 매니저를 서브할 부매니저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커피 관련 브이로그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의 나는 사내카페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자주 보는 중이었다. 불특정다수가 고객인 카페와 달리 특정의 다수가 고객인 사내카페는 왠지 모르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기에 고민할 것도 없이 지원했다.
구직사이트에 저장된 나의 이력서에는 자영업 이전의 이력들이 저장돼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커피 이력은 모자람이 없었지만 장사를 하던 2년 간의 커피 이력이 추가되어 커피 일로 먹고살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력서가 완성되었다. 이력서는 빠르게 열람되었고 열람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화려한 커피 이력 때문인지 담당자는 면접을 빨리 보고 싶어 했고 날짜를 바로 잡았다. 이 모든 것이 며칠 동안 이루어진 일이었다.
거의 6년 만의 면접이라 그런지 어딜 가나 떨지 않던 나도 괜스레 마음이 떨렸다. 나는 다 쓰러져가던 사람. 그저 잡고 일어날 가지를 찾는 상황인데도 신입생의 기분, 신입직원의 기분 같은 그런 처음의 기분과 떨림이 있었다. 이런 건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면접 장소로 찾아갔다.
면접을 보는 동안 담당자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점장으로도 오랫동안 근무해 면접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기에 사람의 눈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는데, 나와 마주 보고 앉아있던 담당자의 눈빛에서 확신 같은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느낌보단 사실이었다.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나를 채용하고 싶어 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면접을 보고 갔지만 나만큼의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담당자에게 딱 한 마디를 건넸다.
"조금 더 고민 안 해보셔도 될까요?"
"네!"
갑자기 지원을 했고 갑자기 면접을 봤던 것처럼 갑자기 채용이 됐다.
대기업의 사내카페. 근데 이제 매점을 곁들인.
다시 시작이었다.